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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을 운영 중-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by 이확위

글쓰기 모임을 운영한 지 어느새 일 년이 지났다. 첫 모임을 개설한 날짜가 2024년 6월 9일이었다. 모임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때쯤 뭔가 활동을 해보기 위해 "소모임"이라는 앱에 가입을 했고, 그 안에서 몇몇 모임들에 참가해 보았다. 그러다 취미처럼 끄적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활동할 모임을 찾았지만, 원하는 모임이 마땅한 게 없더라. 모임이 없으니, 내가 원하는 모임을 직접 만들자 생각했다.


내가 모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단순했다. 혼자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꾸준히 글쓰기를 하자고. 그래서 모임의 이름도 "일상 속 글쓰기"라 지었다. 일상 속에서 글쓰기가 하나의 루틴처럼 자리 잡은 삶을 원했으니까. 그걸 함께할 동료들을 구하고자 하는 모임이었다. 처음 모임을 시작하고는 우선은 사람이 모이길 기다렸다. 1년의 시간 동안 나름 다양한 시도들을 했었다. 내가 모임에서 진행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글쓰기 챌린지

목표를 높게 설정하진 않는다. 매일 글쓰기를 한다는 건 쉽지 않으니까. 2주에 10번이라던가, 한 달에 20회- 이런 식의 목표롤 설정하고 함께 글쓰기 챌린지를 한다. 모임의 멤버수는 40명쯤 되었을 때에도 참가자는 5명이 될까 말까였으며, 끝까지 해내는 사람은 어쩌다 1명일 뿐이었다. (뭐라 할 수는 없다. 나조차 지키지 못했으니까.)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챌린지를 성공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비로 스벅 기프트콘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선물 증정이라 하고, 너무 많이 성공하면 어쩌나 했지만- 성공자가 거의 없기에 지출도 없었다. 바로 글을 써 내려가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에, 챌린지마다 글쓰기 주제들을 올려두곤 했다. 매달 새로운 주제들을 리스트업 하도 새로운 챌린지를 진행했지만 참가자는 늘지 않았다.



2. 글쓰기 훈련 프로그램

글쓰기 모임을 운영한 지 한두어 달 지났을 때쯤부터 챗GPT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모임 운영을 위해서도 AI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것은 글쓰기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자유글쓰기라기보다는,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해 훈련해 나가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참여자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도 맘에 든다며 꾸준히 참여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3. 온라인 정모와 오프라인 정모

시작은 온라인 정모로 진행하였다. 바로 만나는 것은 내가 부담스러웠으니까. 처음에는 참고할 주제들을 안내하고, 미리 글을 써서 보내주면 내가 공유할 수 있게 한 후- 온라인 정모에서는 합평(피드백)만 하려 했었다. 그런데, 참가비 0원의 부담 없는 모임이기에 안 그래도 참가를 누른 후, 취소가 잦은데- 글쓰기를 미리 하고 와야 하니 아직 글을 못 썼다며 취소가 너무 많았다. 사실 대부분은 아무 설명 없이 당일 모임 몇 시간 전에 참석 취소를 누르기도 한다.

몇 번의 온라인 정모를 진행한 후에는 오프라인 정모를 시작했다. 주말 아침 10시경, 따스한 햇살이 창가로 들어오는 스터디룸을 빌려- 함께 글을 썼다. (이쯤부터 모여서 글을 쓰는 것으로 바꿨다.) 그렇게 최소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온/오프 정모들을 꾸준히 진행했으니 참가자가 많을 것 같지만- 꾸준한 멤버는 두어명일 뿐이다.


4. 그 밖에 여러 시도들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독서모임을 하면 어떨까 하여, 독서 모임도 열어보았다. 글쓰기 모임이니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은 후, 그 책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쓰는 것이 모임의 주된 내용이었다. 지정도서를 했더니 책이 맘에 안 들었는지, 참가자가 없어 모임이 취소되었다. 자유독서로 했더니 초반에 참가신청자가 정원 6명을 채웠으니- 책을 미처 완독 하지 못했는지 모임이 다가오며 하나 둘 취소하고 결국 둘이서 진행하였다.

2주에 걸쳐 함께 단편소설을 완성해 보는 프로그램도 진행했었다. 하지만 참가자가 없었다.



나는 나름 여러 시도들을 하며 활발한 활동을 도모했지만, 가입자만큼 탈퇴자가 계속해서 있었다.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오면, 그 정도 인원이 또 탈퇴를 한다. 대부분의 탈퇴자는 단 한 번도 글을 쓰거나 어떠한 참여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했던 것인지 알 길이 없으니, 탈퇴자에 대한 알림을 받을 때마다 (내가 운영자라 알림이 온다) 나는 그저 내가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이제 꾸준히 참여해 주는 분들이 3명 정도가 있다. 나는 부족하게만 느껴졌는데, 지방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멤버는 65명인데, 활동하는 사람이 너무 없다며 많아야 4명 참가한 다했더니- 4명이면 많은 거라 하더라. 요즘 많은 독서모임들도 참가자들이 부족해서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라 하더라. 나에게 여러 시도하며 잘하고 있는 거라 말해줬다. 그 말이 조금 위안이 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운영자다 보니, 모임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그렇기에, 내가 올린 프로그램이니 내가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여- 억지로라도 조금 더 글을 쓰게 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사실 이 모임의 존재가 내겐 이유가 되고 가치가 있다. 하지만, 말없이 떠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서글픔 맘이 드는 것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속상함은 1년째 계속되고 있고, 이 마음이 잘 비워지지가 않는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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