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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같이 책 읽고 편지 쓸 사람이 있을까?

by 이확위

얼마 전, 브런치에서 메일이 하나 왔다. 트레바리의 파트너 제안이었다. 나한테 이런 걸 왜 보내지? 하는 생각에 조금 검색하니, 브런치에서 꽤나 많은 분들이 파트너 제안을 받고 활동하고 있는 듯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내가 손해 볼 것은 없고, 오히려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제안을 받은 후, 먼저 트레바리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보았다. 그전에도 알고는 있었다. 독서모임을 여는 곳인데, 회당 거의 8만 원 정도를 내야 하기에 매번 생각만 하고 그만두곤 했다. 독서모임에 어째서 8만 원을 내야 하나-라는 생각에서였다. 책이 제공되는 것도 아니고, 가서 사람들과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데 가격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트레바리를 한 번 경험해 보았다. 돈까지 내고 독서모임을 하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뭐랄까- 마음가짐이 다른 듯했다.


나는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모든 게 무료참여이다. 오프라인 모임일 경우에만 스터디룸 대여를 위해 인당 4천 원을 내는 정도이다. 하지만 그것도 당일 현장에서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노쇼나 갑작스러운 참가 취소가 일상이다. 절반은 모임 전에 맘이 바뀌더라. 글쓰기이니 책도 읽자고 독서모임도 해보았는데, 온라인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조용히 화상미팅을 껐던 기억도 있다.


자율적으로 한다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많은 자유들을 우리가 잘 통제하질 못하는 게 우리 삶에서 큰 걸림돌일 거다. 많은 이들이 새해 다짐으로 "올해는 책을 많이 읽어야지!"라고 할 거다. 나 같은 경우, 매년 꾸준히 다짐하고 실패하고 -또 다짐한다. 트레바리의 경우, 앞서 말했듯, 참가비를 내야 한다. 그런 후, 지정도서를 읽고- 모임이 있기 며칠 전 마감일까지 독후감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으면 모임 참가가 불가하다. 그러니- 돈을 날리지 않으려면 독후감을 써야 하고, 그러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내 돈으로 나에게 강제성을 요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트레바리 업체의 장소제공이나 이러한 관리를 위한 시스템들에 대한 비용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래서 해보고 싶어졌다. 돈을 내고 찾아오는 사람들, 책을 읽던 글을 쓰던, 무언가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과 함께 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결정한 후에는 이제 "무얼"할지 정해야 했다. 다른 곳들을 살펴보고, "기존에 없는 것/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 문득, 친구들에게 그림을 그려 보내던 엽서가 생각났다.

엽서를 받았던 한 친구가 내게 말했었다.

"고지서만 있던 우편함에 정말 오랜만에 반가운 게 있었어."


이런 기쁨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 생각했다. 다만,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트레바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고 혹시 가능하냐고 물으면서.


“나에게 보내는 편지” : 자기성찰+독서+글쓰기+나에게 보내는 편지

-한 달의 독서, 한 통의 편지 / 책 속에서 찾은 나, 편지 속의 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조차 던지지 않은 채 세상에 휩쓸려 살아갑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내가 나를 위로하고,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요?


이 클럽에서는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안에서 ‘나’를 찾아가는 연습을 합니다.

독서와 대화를 통해 마음속 깊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담아 [나에게 쓰는 편지]를 작성합니다.

편지는 함께 우체통에 넣어 발송합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집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그날, 당신은 과거의 나로부터 온 편지를 통해 다시 한번 “나”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진행 방식>

1. 책 읽기 (매달 지정 도서를 읽고, 트레바리에 독후감을 올립니다.)

2. 나를 찾는 대화: 모임에서 책과 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3. 편지 작성: ‘지금의 나’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합니다.

4. 편지 발송 (시간이 지나로 도착한 편지로부터 과거의 내가 전한 말과 질문을 다시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기대효과>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를 위한 사색의 시간 확보 & 책을 매개로 한 깊이 있는 자기 성찰



내가 생각한 도서리스트

1기: 자아 성찰과 내면 성장 (데미안, 스토너, 숨결이 바람 되어, 모순)


트레바리의 내 담당자는 이전에 이런 프로그램이 없었다고 좋은 아이디어라 했다. 그래서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클럽을 계획했고, 오늘- 멤버 모집이 오픈되었다. 첫 모임은 11월에 있다. 그전까지 최소 6명이 모여져야 한다.


나는 재밌고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람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뜻대로 멤버가 모이지 않아도 괜찮다. 이런 시도조차도 하나의 경험이고, 나는 이런 과정도 꽤나 즐거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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