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거 사 오지 마. 괜찮으니까."
해외에 갈 일이 있는 내게 언니가 말하기에 알겠다 대답했다.
여행 때문에 해외에 나가는 일보다는 해외 학회 참석 때문에 출장으로 종종 해외에 나갈 일이 있다. 올해에는 세 번 정도 다녀왔는데, 안타깝다면 모두 아시아지역이었고- 좋았다면, 모두 가보지 못했던 곳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어딘가를 다녀올 때면, 나는 매번 소소한 무언가를 잔뜩 사 오곤 했다. 나는 딱히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은 아닌데 (나는 필요한 게 그다지 많지 않다.) 무언가 귀엽다거나, 맛있을 거 같다거나, 이곳 아니면 사기 어려울 것 같은 것을 보면- 살 수 있는 그 기회가 너무 아까웠다. 그럴 때면, 가격도 제대로 보지 않고 마구 담고 카드를 긁어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누구에게 줄 거라 정하고 사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사고- 누구에게 줄지를 생각하기도 한다. 단체방에 사진을 올리고는 "가질 사람?!" 하고 묻기도 한다.
최근에 인도를 다녀왔다. 인도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무서워 호텔과 학회장에만 있었기에 무언가를 살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빈손으로 출입국심사를 받고는 면세장을 스쳐가는데, 언뜻 인도요리 시즈닝 같은 것들이 보였다. 다가가서 살펴본다. 인도의 여러 홍차들도 예쁘게 담겨 팔고 있었다. 인도를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빈손으로 돌아가기 아쉬웠다. 나를 위해서라면, 혼자 사니 요리해도 양도 너무 많을 거였다. 나는 커피를 주로 마시기에 홍차도 딱히 마시지는 않는다. 다들 선물은 괜찮다 말했지만, 나는 이번에도 멈추지 못했다. 바구니에 이것저것 담기 시작했다. 열심히 주워 담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와 내가 고른 것 말고 다른 것을 추천해 주더라. 더 잘 나가는 홍차세트라고 말이다.
인도 선물을 쇼핑맥 하나 가득 사서 묵직해서 들기도 버거워 안고 게이트로 가다 보니 스타벅스가 보였다. 평소에는 스타벅스의 시티머그잔 같은 것을 사지 않는데, 어쩐지 인도를 사지 않는 게 아쉬웠다. 다른 나라들은 언제라도 갈 것 같았지만, 내가 인도를 다시 올 것 같지 않았으니까. 시티머그잔으로 뭄바이를 보다가, 그 옆에 있는 INDIA라고 적힌 귀여운 텀블러가 보였다. 그림이 귀여웠다. 가격도 물론 한국보다는 저렴했다. 이미 텀블러는 충분히 있어서, 필요 없지만- 그 귀여움이 좋아서 텀블러까지 계산하고 말았다.
인도의 스벅에서 인도느낌의 일회용 잔에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조금 전 산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 살펴보았다. 정말 소소했다. 굳이-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소소한 것들을 사기에, 언니가 내게 선물은 됐다고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부담스러울까 봐 괜찮다고 하는 걸까. 언니에게는 주지 않기로 하고, 선물을 건네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며, 하나하나 품목들을 배정해 나갔다.
한국에 돌아와 인도에서 사 온 선물들과 선물을 보낼 사람들에게 적은 작은 카드들을 챙겼다. 가장 친한 친구와 홍차를 좋아하는 사촌 동생, 그리고 평소에 연락도 잘하지 않고 잘 챙기지 못한 새언니와 조카들에게 선물을 보내본다. 소소하다.
대단한 마음으로 보내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다녀온 곳에서 가져온 것을 조금 나누고 싶을 뿐이다. 대단하지 않은 나의 마음을 그냥 그대로 받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