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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12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자!

크리스마스트리와 어드밴트 캘린더

by 이확위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가장 좋아한다.

이건 아마 어린 시절 추억들의 영향일 터였다.


엄마의 장식으로 빛낸 어린 날의 크리스마스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꽃꽂이를 하셨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올 때면 매년, 새로운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어오셨다. 크리스마스 초를 꽂는 촛대 장식부터, 각종 리스와 더불어- 집을 떠난 후 보통의 주변에서는 보지 못한 그런 작품들로 어린 시절 나의 크리스마스를 엄마는 장식하셨다.


시골집 마당의 나무들에도 크리스마스 전구들을 모두 둘러싸 매일 밤을 반짝이게 만들었고.

언니와 함께 크리스마스 천을 주문해서는 큼직한 크리스마스 양말을 손수 바느질로 만들어 머리맡에 걸어두기도 했다.

매년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 새로운 오너먼트들도 추가하며 트리를 장식하곤 했다.


내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는 그런 예쁘고 반짝이는 장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 집을 떠난 후부터는 어쩐지 그런 따스한 크리스마스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자영업자들이 크리스마스 장식들도 최소화한 탓도 있을 것이고, 저작권 문제 때문인지 이제는 잘 틀지 않아 크리스마스 캐럴이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그런 내게, 일하러 가서 2년여간 지냈던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는 최고였다. 스트라스부르는 "Capital de Noel"이라 불린다. 크리스마스의 수도란 뜻이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 중 하나인 곳이다. 그런 사실도 전혀 모른 채 딱 크리스마스 마켓이 오픈할 때쯤에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었다. 그곳에서 가짜가 아닌 진짜 나무로 된 대형트리와 광장을 가득 채운 크리스마스 마켓들, 골목골목 모두 화려한 전구들로 장식되어 온 도시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화려함으로 감싸 있었다.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프랑스에서 있던 것들 중 그리운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마스다. 그곳에서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조금 더 설렘을 가질 수 있었다.


혼자라도 크리스마스트리

어느 순간 정신 차리니 11월 막바지였다. 곧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다시 꺼낸다. 넓지 않은 집에 혼자 살고 있지만, 한국에 다시 돌아온 첫 해 겨울-트리는 내 키보다도 큰 것으로 샀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놓고는 전구들을 둘러주고, 몇 개 되지 않는 장신구들을 매달아 본다. 얼마 전 백예린 콘서트에서 받았던 빨간 장미를 트리에 꽂았다. 콘서트에서 빨간 장미 조화를 받는 순간 크리스마스 트리에 꽂을 생각을 했더랬다. 검붉은 장미가 예쁘게 트리를 장식했다. 만족스러웠다.


25일을 기다리며, 어드밴트 캘린더

언제나 하고 싶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어드밴트 캘린더였다. 몇 년 전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해외에서는 12월 1일부터 매일 하나씩 작은 선물을 열어보며 25일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했다. 요즘은 초콜릿 브랜드나 화장품 브랜드와 같은 곳에서 상품을 제작해서 팔기도 한다. 12월 1일부터 해당 날짜가 적힌 것을 열어보며 작은 선물을 꺼내는 거다.


조카들이 조금 어릴 때 선물해 줬던 적이 있는데, 그 당시 너무 어려서인지 기다리지 못하고 하루 이틀 만에 모든 날짜 분을 열어버려서- 비싸게 샀던 어드밴트 캘린더가 무용지물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는 아이들이 제법 컸기에, 날짜별로 하루에 하나씩 오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직접 만든, 2025 어드밴트 캘린더

처음에는 사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주면 12월 1일인데 도착일 듯이 그다음이었다. 그러다 '그냥 내가 만들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직접 만드는 것 중 가장 쉬운 방법은 뭐가 있을까 하며 유튜브를 검색해 보았다. 노끈에 집게를 이용해 하나씩 포장된 선물팩을 날짜별로 매달아 만든 사람이 있더라. 제법 귀여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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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안에 넣을 초콜릿, 젤리, 포장지, 노끈과 집게를 주문한다. 조카 3명과 친한 친구, 그리고 친구 아이하나까지 총 5명 분을 만들기로 했다. 바로 다음날 집 앞에 한가득 도착한 택배들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간식량이 어마어마했다. 보통 어드밴트 캘린더에는 작게 하나씩 들어있지만, 나는 넉넉히 두세 개씩 넣었다. 포장지를 잘라 테이프로 빠르게 붙여 봉투를 만들고, 앞에 날짜를 적고 조그맣게 크리스마스 그림들도 그려나갔다. 처음보다 하면 할수록 손에 익으니 속도가 났다. 대략 5시간에 걸쳐 전부 완성했다. 바닥에 앉아했더니 허리가 아팠다. 하지만 모아두니 제법 귀여워서 만족스러웠다.


12월 1일 전에 도착해야 했기에, 만들고 바로 다음날에는 택배를 보내야 했다. 한국의 빠른 택배를 믿으며 택배를 보냈다. 4천 원에 전국 각지로 보내진다니, 한국 택배 만세다.


엄청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만큼-

받은 이들이 좋아하길 바란다.

하루에 하나씩 열어보며, 달콤한 하루를 채워나가며

12월에 설렘을 가지고

1일.

2일.

3일.

...

그렇게 24개의 선물을 열어보며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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