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겨우 1월일 뿐이니까

by 이확위

나의 1월 1일은 언젠가부터 우울함으로 시작되곤 한다. 오랜 시간 우울과 함께 살아오며, 나는 나의 우울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하곤 한다.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는 흐름의 연속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우울로 맞이하는 나의 1월도 우울로 끝나진 않는다. 나의 기분이 그저 우울의 바닥에 머물지 않고, 다시금 일상의 보통의 나날로 회복되어 간다. 나의 우울은 그렇다.


12월이 되면 머지않아 찾아올 새로운 한 해의 시작에 대한 기대감을 갖곤 한다. 이제 곧 마무리될 한 해에 대한 아쉬움이 한가득이기에 새해에는 이래야지-저래야지-하는 다짐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곤 한다. 생각해 보면 올해 안 한 것이 그저 날짜에서 숫자 하나 바뀐다고 내가 달라질까 싶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나는 매년 새해 다짐을 놓지 않는다. 새해에 대한 기대감으로 목표들만 한가득이고, 그런 나의 다짐들을 정리하기 위해, 12월이 되면 새해에 사용할 다이어리 쇼핑이 나에겐 연례행사와 같다. 이제는 고집하고 있는 저널용 노트를 새해맞이 새로운 색으로 미리 주문해 두며 이 새 노트에 적어나갈 것들과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12월을 보낸다. 12월 31일까지, 나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을 간직하며 두근거림을 느낀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새해가 되면 기다리던 기대감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우울감이 나를 맞이하곤 한다. 몇 년째 1월 1일은 우울감을 가진 채 눈을 뜬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나 홀로 새해를 맞이한 후 잠에 들기 전까지는 새해가 되었다는 두근거림이 남아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날 힘이 없고, 나의 오랜 동반자, 우울함이 다시 나를 찾아온다. 마치 자기의 존재를 새해라고 잊지 말라는 듯, 그렇게 다시 찾아온다. 기억하는 걸로만 3년째, 1월 1일이 되면 나는 꼼짝없이 침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새해의 첫 휴일을 우울함에 잠식되어 낭비하고 만다.


1월 1일이라는 값진 휴일을 침대에서만 보내고 밤이 되고, 어둑해질 때쯤에야 조금 기운이 난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새해 첫날부터 시간을 낭비해 버렸다는 생각에 다시금 침울해지곤 한다. 새해부터 열심히 살려했건만, 새해에는 여러 다짐들과 함께 힘차게 시작하려 했음에도 시작부터 실패한 기분에 휩싸이고 만다.


그렇게 우울함이 찾아오며 며칠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일상을 보낸다. 새해에 대한 기대감으로 세워뒀던 각종 계획들은 꼭 해야 하는 것들만 겨우 해치우며 절반도 채 해내지 못한다. 나의 후회들이 새해의 시작부터 하나 둘 차곡차곡 채워지며 1월의 시간이 조금씩 흘러간다. 그렇게 일주일, 열흘 남짓 지나가면, 서서히 원래의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나는 점차 우울함에서 벗어나 보통의 나로 돌아온다. 1월이 되면 새롭게 채워나가자 다짐했던 새 노트를 그제야 꺼내 들고, 우울한 날들 동안 빼먹었던 기록들로 채워나간다. 뒤늦게 새해 다짐을 다시 정리하고, 그렇게 정리된 새해 다짐을 보면서- 이제 겨우 1월이 조금 지났을 뿐이라고. 올해는 이제 겨우 시작인 거라고.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보곤 한다.


1월에 찬바람과 세상을 뒤덮는 눈보라 이후에 차가운 공기와 쌓인 눈을 녹여내는 다가오는 따스한 햇살이 있듯, 우울함 뒤에 다시 기분 좋은 날이 내게도 찾아온다. 1월에는 우울하며 일상 속에서 놓치는 것들이 있더라도 다른 때와 다르게 괜찮다고 안심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1월이 모두 지나가기 전에 다시 나의 계획 속의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내가 꿈꾸는 계획들에 다가설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준다. 아직 겨우 1월일 뿐이니까. 그렇기에 1월은 내게 희망을 주는 달이다. 내가 우울해도, 다시 괜찮아질 수 있는 그런 달이다.


1월 속 짧은 우울함과 다시 회복하는 일상 속에서 나는 이번 한 해를 살아갈 수 있다는 힘을 얻는다.

1월의 우울함은 내게 힘이 된다.


아직 겨우 1월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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