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에 관하여
나는 낭비한 시간이 많다. 방 안에 틀어박혀 주변인들과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며 보낸 시간만 합쳐도 몇 년이다. 약도 먹고 상담도 받고 하면서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고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었다. 이미 나와 동갑인 친구들은 저 멀리 가버렸다. 어디를 가도 내가 나이가 많았다. 뒤늦게 대학원에 들어가니, 연구실 최고참 선배가 나와 동갑이었다. 그렇게 나는 사회에서 뒤처져 있었다. 지나간 시간들이 너무나도 아까웠다. 나이 때문에 위축되기도 했다. 더군다나 한국사회에서는 존댓말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나보다 어린 선배들이어도 괜찮다 생각해도 문제는 내가 아닌 그들이었다. 선배들이 나를 불편해했다. 자신들보다 나이가 많은 나를 후배로 생각하며 대하기를 불편하게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런 불편함에도 서로 익숙해지더라. 시간이 지나니 모두 받아들여지더라.
낭비한 시간들이 아까워서라도, 시간들을 꽉꽉 채워 여러 활동들을 하며 지냈다. 대학원 연구실이 오전 9시에 출근해서 10시에 퇴근이기에 (더 늦게 끝나는 게 일상이었지만) 주말에만 개인 여가 시간이 있었다. 그런 주말에는 거의 세 시간 간격으로 여러 활동을 위한 일정으로 꽉꽈 채워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지나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아깝지 않게 보내자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채우더라. 지나간 시간은 이미 어찌할 수 없는데, 살아가는 이 순간부터 앞으로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졌다. 이 나이에 이걸 해야 하고 저 나이에 저걸 해야 한다는 정답이 없는 것처럼, 어찌 보면 나는 뒤쳐진 게 아니었다. 나는 그저 다른 속도로 가고 있던 거다. 나는 과거에 잠시 휴식을 취했던 거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나는 내 속도로 내 갈 길을 가면 되는 거다. 낭비한 시간을 아까워하며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자.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하며 더 이상 낭비하지 않기 위한 시간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