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까

by 이확위

우리 집은 큰 도로변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새벽 3시나 4시에도 여전히 빠르게 달리는 차들의 소리가 난다. 분명 사람이 몰고 있는 차들이지만 어쩐지 "사람"의 존재감은 전혀 드러나지 않아- 그저 주기적인 백색 소음 마냥 공기를 가로지르며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리가 들릴 뿐이다. 그럴 때면, 나는 매번 '이 새벽에 어딜 가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들곤 한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나도 이미 눈을 뜨고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오늘 아침 모닝페이지를 기록하다가 고요한 아침 공기 속, 바삐 달리는 차들의 소리를 창문 너머로 들으며 누군가의 "게을러질 때는 새벽 첫 차를 타봐. 사람들이 정말 부지런하고 열심히 산다니까." 하는 말이 떠올랐다.

그말과 함께 생각은 인터넷에서 언젠가 보았던 누군가의 경험담으로 흘러갔다.


한 젊은 청년이 있었다. 그는 삶이 너무 힘들어 죽고자하는 마음으로 이른 새벽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곳에 올라 그는 삶을 끝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른 새벽 혼자일 거라 생각하며 오르는 산에서 그는 이미 내려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벌써 내려온다고?'라는 생각과 함께 아무것도 준비해오지 않은 그에게 산에 오르는 것은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내려오며 마주친 사람들은 그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모습에 그에게 힘을 내라며 간식도 주고,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계속 힘을 북돋아 주었다. 그렇게 산 정상에 오른 그는 어느새 세상을 비추고 있는 아침 햇살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 산에 오를 때와 같은 마음은 더 이상 들지 않았고, 그는 다시 산을 내려와 자신의 삶을 살아갔다고 한다.


이런 내용을 모닝페이지에 적어나가다 보니, 나도 생각하지 않았던 생각의 흐름들이 이어졌다. 문득, 그 젊은이는 삶이 힘들어 이를 끝내기 위해 산을 오르고 있기는 했지만, 산에 오르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들이 있었다. 그런 어려움들을 이미 그것을 경험했던 "하산하는 사람들"이 그에게 따스하게 먹을 것을 건네고, 힘을 내라며 응원을 해주었다. 그런 관심과 온정이 그가 숨이 차고 힘들지만 정상까지 오르게 하였고, 그 정상에서 그는 따스한 햇살에 비추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을 게다. 그 세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나는 그 청년이 겪었던 그 하루의 산행과 같은 일이 우리들의 삶 속에도 있기를 바랐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게 이미 그와 비슷한 일을 겪으며 이겨내 온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말이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아 조금만 더 가면 이 힘든 것이 끝나는구나. 이제 목적지에 도착하는구나 하고, 그곳에서 마주하게 될 희망 같은 것 말이다.


문득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가 같을 것 같지만 비슷한 모양새를 할지언정 모두 각자의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나는 운이 좋다면 좋은 것이 나의 우울이나 모든 아픔들은 세상에서 비롯된 것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 오롯이 나 자신이 문제였다. 나 홀로 아파함이 문제였다. 그런 내가 조금씩 이렇게나마 살 수 있는 건- 내가 그 아픔의 순간들을 조금씩 지내오는 과정에서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받았던 "사랑"이 가장 큰 힘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깨달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이다.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건,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그 느낌이다. 세상에서 쓸모 없지 않다는 느낌- 누군가에게도 어딘가에도 내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사람이라는 바로 그 느낌이 나에게 존재의 이유와 나의 가치를 느끼게 해 준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살아가게 해 주고, 내가 살고 싶게 만들어 준다. 난 그들을 조금 더 기쁘게 해주는 존재로 남아있고 싶으니까.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난 즐거움을 느끼니까. 이런 걸 깨달은 지금, 나는 마치 내 삶의 치트키- 어떤 해답지를 얻은 거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삶이 힘이 든다면, 나는 바로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 테니까. 내게 그 마음이 있으면 되는 거니까. 내가 힘듦을 극복할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아니까 말이다.


그러니 나는 사람들이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나처럼 자신의 삶 속의 치트키를 찾았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삶에 즐거움만이 존재하진 않을 거다. 그럼에도 순간순간이나, 누군가에게는 꽤나 많은 행복을 느끼는 웃음이 가득한 순간들이 있을 거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어딘가 몽글몽글한 따스한 느낌의 그런 날들이 있을 거다. 가능하면 그런 순간을 더 자주 가질 수 있으면 되는 거다.


모든 순간이 밝게만 빛나는 인생은 아마 그 누구에게도 없을 테니, 내게 어려움이 있다면-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누군가가 어려워한다면, 산에 오르던 청년에게 내밀던 간식과 따스한 말처럼. 우리도 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면 좋겠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나의 어려움 속에 누군가도 내게 그리 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모두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 이 세상에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까 말이다.


이제 나는 안다.

내가 힘들어질 때 무엇이 필요한지.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러니 다른 이들도 그러하길 바란다.

그리고 서로가 그 이유가 되어주길 바란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함께니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까.



모닝페이지의 기록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 같은 건 모두 같은 것 같지만 세세히 살피면 모두 조금씩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런 것들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사실 자신이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느낌이다.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건, 내가 요즘 평온할 수 있는 건-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바로 그 느낌이다. 세상에서 쓸모없지 않다는 느낌. 내가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과,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살아가게 하고- 살고 싶게 만든다. 나는 이를 잘 기억하려 한다. 이걸 알고 있으니 어떤 어려움이 와도 나는 이것만 해결하면 되는 거니까. 나는 일종의 내 인생의 치트키 혹은 해답지를 얻은 거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26.03.16. 나의 모닝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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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나노바나나2에 의해 생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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