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세요?... 아닌데요.

by 이확위
학생이세요?

이번 주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일종의 스터디 모임 같은 곳을 들어가게 된 셈인데, 담당 봉사자가 한 명이 있고, 그룹원이 세명이었다. 모여서 자기소개를 시작할 때는, 아주 간단한 얘기만 했다. 그런 후, 한 그룹원이 물었다. "그럼 두 분은 학생이세요?"

나는 아니라 말했고, 옆자리의 누가 봐도 학생이랄 것 같은 학생은 자기는 학생이라 답하더라.


어제는 서울에서 몇몇 장소들 투어에 참여할 일이 있었다. 다른 이들은 대부분 함께 온 이들이 있었는데, 나는 혼자였다. 물론 나 외에도 혼자인 사람들은 있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누군가 친근하게 인사하고, 나중에는 내게 가까이 와서는 "우리 밥 같이 먹어요." 하는 거다. 그렇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 사람이 낯설지가 않았다. 분명 아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전혀 생각나지 않기에 조심스레 물었다.

"제가 진짜 죄송한데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데요. 저희가 아는 사이인가요?"

그분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라고. 우리는 딱 한번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내가 관련 서류를 제출할 때였다. 그 얘기를 하자 그날이 떠올랐다. 나는 자리에 앉아 있었고, 처음 서류를 준 분과- 나중에 내가 서류를 작성하길 기다리다가 모두 써 내려간 서류를 받아갔던 사람이 있었다. 후자가 그분이었다. 그러고 그곳에서 오고 가며 낯이 익어서 내가 "아는 얼굴"이라고 인식을 하지만 누군지 몰랐던 게다.


결국 점심을 그분과 함께 앉아 먹게 되었는데. 내게 물었다. 내게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물었고, 이런저런 답을 했다. 그랬더니 그분은 "어머, 너무 좋다. 귀엽다."라는 거다. 그러더니 내게 "학생이에요?"하고 물었다. 학생이 아니고 일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저를 어리다고 보시는 거 같은 데 저 별로 안 어려요."

"어릴 거 같은데"

"흔히 어리다고 할 나이는 아니거든요"

그러면서 나는 내 나이를 말했고, 그분은 조금 놀라는 모양새였다. 옆자리에 있던 분도 그랬다.


학생 [명사]

「1」 학예를 배우는 사람.

「2」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


학생의 정의를 찾아봤다. 2번인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사람이 1번 뜻일 거라 생각했는데, 학예를 배우는 사람이 1번 뜻이더라. 정의에 따르면 학생은 맞다. 매일 아침 내가 적어 내려 가는 확언에는 이런 내용이 있으니까.

-나는 배움을 사랑하여 매일 발전하고, 더 나은 내가 되어간다.

하지만 이 분들이 말했던 학교에 다니는 나이대의 "학생"이라면 이미 지나친 지 한참이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왜 그럴까 생각을 한다. 분명, 내가 행동과 말에 있어서 잘못하고 있는 건 없다 생각한다.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아마도 너무 오랫동안 학교에서 지내고, 한참 어린 대학생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내 나이대가 갖춰야 할 그런 모습이 아니었던 모양인 게 아닐까. 문득 떠오른 친척어른의 말이 있었다.


작년에 한 친척의 결혼식에서 오래간만에 친척 어른을 만났다. 나에게 인사를 하고는 밥을 먹으며 내게 "이제 사회적 지위에 맞게 하고 다녀야지?"하고 말하더라. 그 말을 듣고 '내가 사회적 지위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에 맞는 모습이 무언인가도 생각해 봤다. 내가 속한 곳은 그랬다. 청바지에 맨투맨을 입은 교수님들도 있고, 학회를 가도 넥타이를 매지 않고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가 가장 많다. 가장 무난한 약간의 파란 계열의 셔츠가 가장 일반적인 복장인 곳이다. 내가 속하는 사회는 이런 나도 용인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으로 나오면 조금 다른 걸까.


나를 어리게만 보던 분은- 내가 어리지 않고, 무슨 일을 하고, 어쩌다 이곳에 왔고, 이런저런 얘기를 흥미 있다는 듯 듣더라. 그러다 다음 장소에서도 내 곁에 다가오더니 중얼거리 듯 진지하게 말했다.

"말도 안 돼."

"뭐가요?"

"XX살이 넘었다는 게..."

아직 그 나이가 되진 않았지만, 그 언저리였기에- 아직 만으로 6개월 남았노라 말했다. 그분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셨고, 그러면서 그 후로 내게 궁금하듯 이것저것을 물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아주머니들이 나를 좋아하나?'란 생각이었다. 해외에 지낼 때도 그랬다.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아주머니들이 나를 좋아했다. 어쩌다 한번 밖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는, 내가 궁금하다며 매주 약속을 잡는 분도 있었고, 자기 집에 초대한 분도 여럿이었다. 한번 초대를 받으면, 그다음에 또 초대를 받았다. 학생들과 어울리기엔 나는 많은 나이였고, 한 두 명 좀 친해진 동생들이 있었지만- 그들보다는 '아주머니'라고 불러야 할 거 같지만 나랑 그다지 나이차이는 나지 않을 (많아봐야 15살?) 그런 분들이 나를 좋아해 주더라. 내게 대단하다고 말해주곤 했는데- 내 주변사람들보다도 나를 대단하게 보는 듯했다. 일을 하고, 그러면서 취미로 이것저것 하고 그러는 모습이 대단하다 말했다. 나는 그곳에 있으면서 '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네?'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국에서는 어쩐지 내가 사회에서 겉돈다고 느끼곤 했으니까.


그런데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또 다른 아주머니가 나를 좋아해 준다. 내게 관심을 갖는다. 사회에서 겉도는 듯했던 내가, 어쩌면 변한 걸까?

어린 학생들은 그 아무도 나를 대학생으로 봐주지 않기 때문에

그저 나보다 "더" 어른 들 눈에 어리게만 보였을 뿐이란 건 안다.

그분들이 어리게 보는 것이 "철없음"이기보다는 "순수함"이길 바라는 건 욕심이려나.


친구랑 그런 말을 했었다.

우린 아직 철들지 않았다고.

나는 말했다. 철들지 않으면 어떻냐고.

그 나이라고 그래야 하는 거 있냐고.

우리 이미 꼰대인데, 철들면 "찐 꼰대" 되는 거 아니냐고.


아주머니들이 나를 좋아해 주는 이유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건 기쁜 일이다.

특히 나처럼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는 말이다.

스스로에게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 나오지 않으니

그걸, 타인이 채워주면 꽤나 큰 도움이 되니까.


어차피 언제까지 "학생이세요?"질문을 들을게 아니란 건 안다.

그러니 지금 좀 그런 말 들으면 어떠하냐.

세상에 정해진 모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조금, 철이 없는 모양새면 어떠하냐.

내가 하는 말들과, 내가 하는 행동에서 "부정적인" 의미로의 "철없다"가 아니라면-

괜찮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


모닝페이지의 기록

그곳에 있으면서 나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네?'란 생각을 했었다. 나는 항상 내가 겉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이제, 그곳에서만 그런 게 아니었다. 한국에 다시 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데- 그곳에서와 같은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세상에서 겉돌던 내가 변한 걸까? (2026.03.22 모닝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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