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위해 애써야 해?
1년 반 정도 꾸준히 운영해 온 글쓰기 모임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10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공지로 운영 종료를 알렸다. 빠르게 처리해서, 마치 충동적인 결정인 것인가 나조차도 착각할 정도였다. 공지글을 적으면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처음 2024년 여름이 지날 무렵, 처음 모임을 만들었다. 일상 속에서 글쓰기를 더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에,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써 내려가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모임을 시작하고, 멤버는 어느덧 70명을 넘겼었다. 처음에는 멤버수가 늘어나는 게 좋았다. 조금이라도 새로 가입하는 멤버가 있으면 '사람들이 내 생각을 알아줬어.'란 마음에서였다. 다른 모임도 있을 텐데 나의 모임을 선택해 줬으니까. 사람은 느는데, 모임 활성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글쓰기 정모나 내가 준비한 글쓰기 관련 프로그램들 참여율이 지나치게 저조했다. 누군가에게 불만을 털어놓자, 독서모임들도 요즘은 힘들다 하더라. 그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관심이 있고, 하겠다며 찾아왔는데- 단 하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어느 날 탈퇴를 한다. 나는 더이상 늘어나는 멤버수가 기쁘지가 않았다. 점점 그 수치는 그냥 빈껍데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건 어제 낮에 한 멤버의 탈퇴 알림이었다. 모임장으로 되어 있으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탈퇴 정보가 알림으로 왔다. 뭐지? 하고 확인하고는 실망하던 일들의 반복이었다. 떠나는 이유는 마치 내가 만든 이곳이 부족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게 하곤 했으니까. 어제 낮에 두 명의 탈퇴자가 있었는데, 그중 마지막 한 사람은 닉네임이 익숙했다. 3월에 글쓰기 챌린지 신청을 하여 내가 개인 게시판도 만들어줬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의 글도 쓰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탈퇴하는 것을 보고,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왜- 하려고도 안 하는 사람들을 위해 애써야 해? 내가 왜?
이 모임은 그냥 내가 관두면 없어질 그런 모임이었다. 그냥 내가 멱살 잡고 끌고 가고 있는 거다. 나는 계속해서 조금 희망을 가졌던 것 같다. 이런 걸 시도해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저런 건 어떨까? 독서모임들은 좀 활발하던데, 그럼 우리도 책을 읽고 글을 써볼까? 키워드로 글쓰기를 해볼까?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해 한 달 프로그램을 짜서 제공해 볼까? 나는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렇지만 그런 나름의 노력은 나만의 노력일 뿐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나의 시도는 그저 나만의 희망이었을 뿐, 실망과 허탈감만을 계속해서 안겨주었다. 그런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다, 어제 그 쌓인 마음이 더는 버티지 못한 거다. 아니, 내가 더 이상 이곳에서 이 사람들에게 실망하지 않기로 결정을 한 거에 가깝다. 나는 그만하기로 했다. 차라리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게 나을 것이다. 그래도 독 안에 물이 차는 순간이나마 있으니. 이건 마치, 뚜껑도 열리지 않은 독 안에 물을 담으려고, 혹은 아주 좁은 입구에 물을 넣어보려 애쓰는 꼴이었다. 결국 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굳이 그들을 끌고 가려 애써야 할 그 어떤 이유도 없음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의지가 있는 사람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변화할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을 내가 억지로 깨울 수는 없음을 인정했다. 나는 더 이상 실망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 이 모임은 이제 내겐 끝이다.
모임 운영 중단의 공지를 올린 후, 친구와 메시지를 나눴다. 친구에게 이런 멤버들에 대해 "이럴 거면 가입을 왜 했을까?"라고 말을 하다가 문득 등록하고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던 헬스장이 떠올랐다. 나 또한 그런 것이 있었다. 해야지-라는 생각은 했지만, 다른 일들에 밀려 결국 하지 않았던. 그래서 어느 날 더 이상 등록하지 않는 헬스장처럼, 이 멤버들은 아마도 '이 모임에 있어도 내가 쓰는 것도 아닌데...'라며 모임을 정리했을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그런 게 있었다. 결국, 이것 또한 선택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할 시간이 없어~"라고 말하곤 한다. 나는 생각해 본다. 정말 시간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말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안다. 자신의 의지로 시간을 조절할 수 없고, 계속해서 닥치는 일들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 하지만 그보다 많은 이들은 아마 나와 같을 거다. 나처럼 헬스장을 가야 하는데, 등록을 했건만- 단 한 번도 가지 않거나 일주일에 한 번 겨우 간다거나 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운동을 다른 일들보다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거다. 그것이 실제 중요도가 아니라, 내 마음이 그런 거다. 내 머리와 다르게 내 마음이 정한 우선순위에서 밀린 거다. 결국 나의 선택의 결과이다. 시간은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다른 것들을 먼저 다하고 나니, 시간이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내가" 그 일에 시간을 "안 낸" 것이다. 시간은 있었다. 시간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내가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삶에서 많은 것들이 계속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태어난 인간은 모두 언젠가 죽을 것이니, 우리의 삶의 끝이 필연적인 거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모든 일들에는 끝이 있다. 끝나버리는 것은 그것이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니 나의 의지, 선택이라기보다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면. 끝내는 것은 나의 선택이다. 나의 글쓰기 모임처럼. 더 이상 등록하지 않기로 한 헬스장처럼. 나의 의지와 다르게 끝나버렸던 나의 연애도 있었고, 나의 선택으로 끝내버린 연애도 있었다. 그런 끝냄, 나의 선택에 의한 끝에서는 종종 "후회"가 남기도 하는데- 이번 글쓰기 모임을 끝내기로 결정하면서 나는 다시금 사람들이 말하던 이 말을 떠올렸다.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끝나도 후회가 없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고도 끝에 다다르면, 더 이상 해야 할 것이 없기에 후회는 없다 했다. 아쉬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안다는 것은- 그 끝을 뒤로하고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후회가 남아야 과거에 매달리게 되니까. 그렇기에, 나의 끝냄의 선택이 있기까지- 나는 가능한 많은 것들에 후회가 없기를 바라게 되었다.
오늘 이 브런치북을 끝낼 거다. 끝난다면 30회까지 적고 어쩔 수 없이 끝나는 거지만, 새벽에 글을 써오던 3월이 이제 끝나가기에- 나는 3월에 작성한 [새벽에 데려온 문장-4:00 am]을 끝낸다. 마지막에서 이런 끝에 대해 적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책을 끝내는 데는 후회가 없다. 그렇기에 20회에서 마무리를 짓고, 기분 좋게 에필로그를 적을 수 있을 듯하다. 그런 후, 이제 다음 글들을 쓸 거다.
후회는 없다.
나는 내가 쓰고자 하는 말들을, 매일 아침 적어나갔고
조회수가 적더라도, 계속해서 읽어주는 듯한 사람들을 보았다.
공허하게 높기만 한 조회수보다는-
읽고 좋아요 하나 눌러주며 마음을 표현해 준 그런 숫자가 더 소중하다.
그 소중함들을 알기에,
나는 지금 이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기분 좋게 마무리한다.
끝나버린 것들도 있었고,
내가 끝낸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끝을 선택했다.
그리고 후회는 없다.
모닝페이지의 기록
어제 드디어 일상 속글쓰기 운영을 종료했다. 다소 충동적인 결정처럼 보일 수 있는데- 모든 것은 쌓이고 쌓이다 터지는 그 한순간에서 비롯되더라. 3월에 신청하기에 내가 게시판도 만들어 줬건만, 단 한번 글을 쓰지 않고 3월 막바지에 "탈퇴"라고 알림이 뜬 한 멤버를 확인했다. 그 한 사람이 나의 무언가를 툭 건드렸다. 그걸로 끝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