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볕으로 내 자신을 말린다. 투명하게
가을 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 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이 떠나는게 아쉬워서 가을 관련 시를 찾아보았다.
[가을 볕이 좋아서 나를 말린다.]
내 안에 있는 번뇌들이 좋은 가을 볕에 말라 없어지기를 바랬던 것일까?
서쪽으로 넘어가는 가을 볕 잠깐 느껴보았지만...
내 안에 슬픔, 욕망들이 말라 없어지기보다는 바람에 날려갈 것 같은 날씨였다.
겨울이 무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