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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돌 Nov 14. 2018

시 필사(3) 가을 볕 -박노해

가을 볕으로 내 자신을 말린다. 투명하게

가을 볕 - 박노해

가을 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 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이 떠나는게 아쉬워서 가을 관련 시를 찾아보았다.

[가을 볕이 좋아서 나를 말린다.]

내 안에 있는 번뇌들이 좋은 가을 볕에 말라 없어지기를 바랬던 것일까?


서쪽으로 넘어가는 가을 볕 잠깐 느껴보았지만...

내 안에 슬픔, 욕망들이 말라 없어지기보다는 바람에 날려갈 것 같은 날씨였다.

겨울이 무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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