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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돌 Apr 09. 2020

다녀왔습니다, 남미 preview

준비는 어떻게 했어?

남미를 가겠다고 마음먹은 건 몇 년 전 결심이었다. 회사 다니면서 1~2주 정도의 휴가 정도로 다녀오고 싶진 않았고 나중에 퇴사 후 이직 전 1~2달 정도의 장기여행으로 다녀오고 싶었다. 막연한 버켓 리스트였기에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퇴사는 현실이 되었고 백수 생활이 지겨워질 때쯤 남미 갈 준비를 시작했다. 막연함을 구체화시키려고 하니 막막한 것들이 한두 개 아녔다. 지극히 개인적인 준비과정이지만 경험의 공유를 통해서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느긋한 성격 탓일까? 역시나 여행도 닥쳐야지 계획을 한다. 이번 장기 배낭여행도 보통 짧은 휴가처럼 준비를 시작했다. 11월 초였나? 백수 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제는 여행 계획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가방 고르기였다. '캐리어를 끌고 갈 것인가? 배낭을 메고 갈 것인가?' 생각보다 쉽게 보이는 이 질문은 은근히 나를 괴롭혔다. 결국 40L 백팩과 적당한 크기의 보조 백팩을 선택했지만, 앞뒤로 맨 배낭이 어깨에 주는 부담은 만만치 않았고 보조 백팩보다는 여분으로 챙겨간 에코백을 더 많이 사용했다. 누군가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주저 없이 40L 정도의 백팩과 보조 캐리어 조합을 강력하게 추천할 것이다. (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으로 본인에게 맞는 가방을 선택하면 될 것 같다.)

다음으로는 여행 기간을 확정해야 했고 그에 맞는 인-아웃 티켓을 구매해야 했다. 여행 기간은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정하였다. 첫 번째 기준으로 출발은 12월 이후였다. 작년의 나는 '낯선 대학'이라는 커뮤니티의 스텝을 하고 있었고 어쩌다 보니 12월에 있을 마지막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있었다(난 기획자가 아니라 개발자이다). 여행을 핑계로 도망칠 수 있었지만, 마무리한 뒤 편하게 가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두 번째 기준은 브라질 카니발 축제였다. 남미 카페에서 이런저런 글을 보던 중 우연히 카니발 관련 글을 보았는데 1년에 한 번 하는 세계 3대 축제라는 타이틀은 내가 여행 기간을 고려하기에 충분했다. 매년 바뀌는 기간이 2020년엔 2월 말이었고 저 기간을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기준으로 일정을 잡다 보니 '1월 초 출발 - 2월 말 귀국'으로 좁혀졌다. 그리고 인-아웃 티켓을 고민했다. 한국인들이 가는 루트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부터 시작하는 '시계방향'과 페루나 그 위 나라부터 시작하는 '반시계 방향'. 차이점은 크게 없다. 경험해본 바로는 본인이 어떤 시기에 어디를 가고 싶은지 정한 뒤 그게 어떤 방향의 여행에 적합한지 생각해서 결정하면 될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1월 초 ~ 2월 말 & 반시계 방향이 가장 제일 나은 선택이었고 스카이스캐너를 통해서 이 기간에 가장 저렴했던 1/8(리마 in)~2/29 (상파울루 아웃)을 택하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항공권 구매 팁을 말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여행 일정은 먼 미래일수록 저렴.      → 당연한 사실  


     가격비교 사이트는 세 군데 정도에서 비교해본다. ( 스카이스캐너, 카약, 구글플라이트 )      → 각 사이트 별로 검색이 안 되는 저렴한 항공사가 있을 수 있다.   


     in-out이 다를 경우 큰 도시 위주로 검색한다.      → 비행기가 많이 출입하는 공항이 저렴하다.

귀찮을 수도 있지만, 조금의 노력으로 저렴한 항공권을 구할 수 있으니 적극 활용했으면... ✈️. 



다음으로 세부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이 과정이 가장 오래 걸린 것 같다.

첫 번째로 한 일은 도시 선택(포인트 찍기)이었다. 루트에 상관없이 나라별로 가고 싶은 도시들을 리스트업 했다. 어떤 도시들이 있는지, 그 도시는 무엇으로 유명한지, 어떤 흥미로운 볼거리, 할 거리가 있는지를 찾아봤고 이를 기준으로 며칠 정도를 머물러야 적당할까 고민했던 것 같다. 대륙을 여행하는 일인 만큼 도시들도 엄청 많이 있었다. 나는 [남미 사랑]이라는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의 일정들을 많이 참고했는데 대부분 가는 도시가 비슷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검색할 필요성을 느꼈다. 경험자로서 팁은 사람들의 추천/비추천에 휘둘리지 말고 관심 있는 도시들은 본인이 직접 검색한 다음 판단하고 선택해야 나중에 후회가 적다. 그리고 본인의 관심사(예를 들면 음식이나 취미 등등)로 구글링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의 경우에는 스쿠버다이빙을 취미로 하는데 알고 보니 남미도 다이빙할 포인트가 많이 있더라. 지인의 추천으로 보통의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도시를 알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나는 그곳에서의 경험이 손에 꼽을 만큼 좋았다. 그리고 네이버에서만 검색하지 말고 구글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도시들도 한번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아직 한국인들에게 유명하지 않지만 이쁘고 볼거리가 많은 곳이 많다. 이런 방법들로 나는 총 23곳의 도시를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15곳 정도였는데 점점 늘어났다...)

마지막으로는 각 도시에서의 체류 기간과 교통편을 정했다. 많은 곳을 가지 않더라도 여유 있는 여행이 되었으면 했기 때문에 도시마다 머무는 날을 빡빡하게 잡지 않으려고 했다. 우선 가고 싶은 도시들이 어떤 곳인지, 뭘 할 수 있는지 찾아보면서 체류 기간을 정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검색 속에서 가고 싶은 도시 리스트와 액티비티는 점점 늘어났고 결과적으로는 빡빡함과 여유로움 그 어딘가 즈음, 원래 추구했던 여행과는 살짝 방향이 달라졌던 것 같다. 가장 짧게 보낸 도시는 당일치기, 가장 길게 보낸 도시는 4박 5일 동안 머물렀다. 또한 2박 3일로 머문 도시가 가장 많이 있었다. 다음, 교통편을 결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비행기 선택하는 경우는 1. 버스로 소요 시간이 20시간 이상인 경우 2. 항공권이 버스비보다 저렴할 경우로 한정했고 이외 구간은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순조롭던 일정계획에 강한 태클은 예고 없이 들어왔다. 어이없이 여행 3주 전에 허리를 삐끗했다. 며칠 동안 침대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병원에서 물리치료받고 약을 먹었지만, 장기 여행 직전에 아파보니 겁이 났다. 안 그래도 허리디스크, 목디스크로 고통받고 있는 몸인데 걱정이 커졌다. 단기간에 나아질 수 없는 디스크의 위협에서 그나마 멀어지기 위해 나는 여행 전까지 병원 매일 다니며 치료받았고 버스로 이동하려던 계획도 상당 부분을 비행기로 바꾸었다.


떠나기 전 일정 계획은 이렇게 마무리를 하였고 조금은 빡빡하지만 나쁘지 않은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문제 없이 여행을 잘 다녀올 줄 알았지. 실제로 크게 계획에서 벗어났던 일정은 없었지만, 막상 여행을 시작하고 나니 일정은 자, 타의에 의해 많이 수정되었다. 비행기도 놓쳐봤고, 육로 출국장에서 버스가 나를 버리고 갔던 적도 있다. 지도상 있어야 할 터미널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타야 할 버스가 30분이 넘도록 오지 않아서 이리저리 발만 동동 굴렀던 적도 있다. 그리고 여행 중 만났던 사람들의 추천에 의해 가려고 했던 여행지나 음식점도 많이 바꿨었다. 여기까지가 나의 여행 준비과정 및 스타일에 대한 기록이었고 다음부터는 다사다난했던 여행의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사람마다 성향에 따라 준비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생각하고 그것에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마음가짐 정도는 미리 챙기고 떠났으면 한다. 언젠간 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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