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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돌 Jun 28. 2020

다녀왔습니다, 남미 ep1

떠나가요 떠나가지마요

답답하다.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 쪽으로 짧은 휴가를 다녀오고 싶다.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이 이렇게 오랫동안 막힐 줄 전혀 몰랐다. 언제 다시 해외를 나갈 수 있을까? 얼마 전 Post Corona 시대에 대한 글을 읽었다.

 다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더라도 이전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질 것

 이라는 내용에 눈길이 갔다. 남미 여행에서 편하고 자유롭게 이용했던 비행들이 떠올랐다. 지겨울 정도로 많이 탔는데…. 지나고 나니 그때가 그리운 요즘이다. 



여행 기간(55일)에 비행기는 총 18번을 탔고, 버스는 16번을 탔다. 남미에서 첫 비행은 스릴넘쳤다. 여행 초반에 페루의 `아레키파`라는 도시에서 `쿠스코`로 이동하는 비행이 있었다. 특유의 느긋한 성격 덕에 출발이 1시간 정도 남았을 때 공항에 도착했다. 직원이 뭐라고 한마디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체크인을 했고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아찔한 경험을 한번 하고 나니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때는 바로 다음 비행편이 내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



다음 비행은 페루에서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국제선이었다. 이전 비행에서 느낀 스릴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여유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번엔 교통 상황이 변수였다.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가 1시간이나 걸렸고 공항에 도착하니 출발까지 1시간 반 정도 남았던 것 같다. 이번엔 처음처럼 당황하지 않았다. 체크인하는 승객은 없었지만 카운터에 사람이 있었고 여권을 주면서 체크인을 부탁했다. 하지만 직원은 여권을 돌려주면서 이미 항공편에 대한 체크인이 끝나서 못 탄다고 하는 게 아닌가?! what?!!! 뭐지...?  직원은 국제선이기 때문에 3, 4시간 전에는 왔어야 한다고 했다. `아........ 망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일정에 여유라도 있으면 하루 더 머물고 갈 수 있었지만, 하필 볼리비아는 빡빡하게 스케줄을 잡았고 오늘 떠나지 않으면 우유니 사막의 일정이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인터넷으로 다른 항공편, 버스 시간도 알아봤지만 전부 맞는 게 없었다. 1시간 정도 흘렀을까? 공항 입구에 한국인 일행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오는 게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니 나와 목적지가 같았다. 그들이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무작정 그들 뒤에 서서 내 차례를 기다렸고 직원에게 앞사람들과 같은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속으로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가격은 상관없으니 제발 있어라... 내 기도가 먹힌 걸까? 남은 티켓이 있었고 나는 계획대로 우유니사막에 갈 수 잇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 덕분에 현장구매한 비행티켓



비행기도 놓쳐보는 당황을 경험하고 나니 강도를 만나지 않는 이상 이 이상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르헨티나 - 칠레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있던 일이 경험 해볼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사건이지 않을까 싶다.

칠레 짐검사 현장

칠레는 육로로 입국할 때 빡세게 짐 검사를 했다.모든 승객이 버스에서 내려서 자기 짐을 일렬로 쭉 깐다.그러면 마약견이 쓰윽 두 바퀴 정도 돈다. 그 후 직원들이 한 명 한 명의 짐을 모두 검사한다. (mass 한 배낭을 열어서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나는 볼리비아에서 칠레로 넘어갈 때 한 번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앞쪽에서 검사를 받고 여유롭게 화장실을 잠시 들렸다. 진짜 잠깐이었다. 어느 순간 느낌이 쎄~ 했다. 왠지 모를 싸늘함에 급히 밖으로 나갔다. O.....M.....G......!!!!! Shit!!!! 


왜 나 버리고 갔니...

뭐지!? 앞에 있어야 할 버스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저 멀리 천천히 가고 있는 버스가 보였다. 그냥 달렸다. 무작정 달렸다. 소리도 질러봤고 사이드미러로 보길 바라면서 양팔을 마구 휘두르고, 박수도 쳤다.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고 여권과 휴대폰을 제외한 모든 물건이 저 가방에 있었다. 하지만 버스는 나는 보지 못한 채 점점 빠르게 달렸고 곧 눈앞에서 사라졌다. (망할... 2층버스가 그렇게 빨리 달려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여기는 아르헨티나일까 칠레일까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지? 많은 생각을 하면서 계속 달리고 있을 때 승용차 한 대가 멈췄다. 현지인처럼 보였다. 아무말 하지 않고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1차선 고속도로에서 아시안이 소리치면서 달리고 있으니 이상해서였을까? 히치하이커로 생각했던 것일까? 마치 운전자는 내가 무슨 상황인지 아는 눈치였고 나는 자연스레 조수석에 탔다. 

gracias ahi...  mi autobus !! rapido rapido por favor!!
(대충 '고맙다. 저기 내 버스! 빨리빨리 부탁해!' 이런 뜻으로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한 소리) 

타고 난 뒤 말도 안 되는 스페인어와 보디랭귀지를 섞으면서 나를 두고 간 버스를 설명했다. 버스가 빠르게 가고 있었던 것일까? 이 차가 천천히 갔던 걸까? 생각보다 금방 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속으로는 제발 두 갈래 길만 나오지 말아 달라고 빌고 있었다. 5분 정도 달렸을 때였나? 버스 꽁무니가 보였고 잠시 후 극적으로 버스를 세워서 다시 탈 수 있었다.

 출발 전에 승객 인원수를 체크해야 하는 승무원이 내리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정말 그 자리에서 그 큰 코를 콱! 때려주고 싶었지만, 이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승객들은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탄 나를 보면서 환호성을 쳤다. 하지만 내게 그 환호성이 좋지만은 않게 들렸다. 

 버스는 다시 출발했고 자리에 앉아 숨을 조금 고르고 나니 나를 태워줬던 아르헨티나 사람인지 칠레 사람이지 이름도 모르는 그분이 생각이 났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생명의 은인 같은 분이었는데 정신없어서... 급히 감사하다는 말만 여러 번 하고 버스로 갈아탔다. 지금은 얼굴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분이 없었다면 이후 나는 조기귀국을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고마웠던 사람이었고 그 사람 덕분에 지금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추억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에피소드 때문에 남미에서 버스, 비행을 잊을 수 없는 것 같다. 위에서 말했던 것들 말고도 짜잘한것들도 많이 있다. 육로 출국장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무한대기(결과적으로 8시간을 밖에서 기다렸다.)했던 적도 있고 작은 비행기였는데 기상 때문이었을까? 엄청 흔들려서 정말 죽는구나 생각했던 적도 있다. (추락했으면 최고의 에피가 되었을 텐데... ㅎㅎ) 이처럼 순간순간이 전부 나에겐 시트콤의 에피소드 같았다


어딘가로 다시 떠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우울한 나날들이 계속되는 요즘, 생각만으로 피식할 수 있는 기억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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