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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돌 Nov 19. 2018

시 필사(6)산산조각_정호승

괜찮아 괜찮다.

산산조각 -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 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슬프고, 정신없고, 매일 좌절하는

발버둥치다 제 풀에 지쳐 나뒹굴어진 나에게

괜찮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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