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대학에 합격했다. 학교마다 학생이 미달이어서 걱정이라지만 그래서 더 상위권 학교로 몰리는 것 같다. 여전히 입시 치르기가 쉽지 않다.
엊그제 뉴스에 음대 교수들 입시 비리가 나오대. 학원법 제3조가 '교원은 과외를 할 수 없다'란다. 나도 여렴풋이 교수 레슨이 불법이라는 소릴 들은 것 같다. 그런데 하도 흔한 일이라 진짜로 그런 줄 몰랐다.
다행이다. 우리는 가난해서, 또 그런 교수님들 내통할 정보가 없어서 불법을 저지르지 못했다. 없는 기둥이라도 뽑으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자신이 없었다. 본전 생각을 하지 않을 자신. 들인 돈을 생각하며 전전긍긍하지 않을 자신. 아이를 들들 볶지 않을 자신. 결과가 초라해도 초연할 자신. 내가 많이 비겁했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랑 시골집에 갔다. 읍내 어귀에 들어서니 화려한 현수막이 덩실덩실거린다. 뉘 집 아들이 카이스트에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가끔 행복은 성적 순이 되기도 한다. 부럽구랴. 좀 더 가니 하나 더 있다. 이번엔 의대. 그런데 출처가 '별나라교회'라고 박혀있다. 이건 좀 비위에 거슬린다. 아니 말이야. 진짜 모든 걸 하나님 은혜로 생각하는 신앙인이라면 저렇게 내 걸지 못했을 것 같은데? 나만 그런가? 명문대는 '하나님께 영광'이고 '듣보잡' 대학은 뭐 부끄러움인가? 그렇지. 공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 것인가. 그 학생의 수고를 짐작한다. 뒷바라지한 부모도. 그렇지만 공부할 만한 좋은 머리와 환경도 다 하나님이 주신 건데. 내가 자랑할 게 없다고 배웠는데 말이다. 다 가르치는 게 다른가 보다.
"자기야, 우리도 하나 걸자. 전남대 음대!"
"욕먹고 싶구나. 그러면 전 국민 다 걸게? 현수막 가게 사장님 부자 되겠다."
걸어야 한다. 명문대만 수고한 게 아니다. 우리 아들도 손가락 돌리느라 얼마나 애를 썼다고. 나도 잔소리를 참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느라 진짜 힘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