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막내와 단둘이 담양에 간다. 하룻밤 자고 올 것이다. 관방제림 앞 마을에 있는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옛날 우리 집도 관방제림과 가까웠다.
아이들이 모두 고만고만했을 때 담양에서 두 해 살았다. 큰애가 3학년이었으니 막내가 돌도 안 되던 때였나 보다. 담양읍 객사리. 너무 외진 시골도 아니고 그렇다고 큰 도시처럼 번잡스럽지 않아서 조용히 아이들 키우기 좋았다. 죽녹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담양천, 담양장, 읍내, 국수 거리. 곳곳에 우리 가족 추억이 있으니 어쩌다 담양의 '담'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다.
살며 좀 불편했던 건 읍이어도 아이들이 아프면 마땅히 갈 병원이 없었다. 운전도 못 하던 때라 남편이 바쁘면 내가 버스를 타고 광주까지 나가야 했다. 담양 군청 사거리에서 311번을 타고 말바우 시장에서 내리면 바로 소아과가 있다. 진료 마치면 시장을 한 바퀴 돌고 궁전 제과에서 나비파이를 여러 개 사서 돌아오는 게 코스였다.
큰애를 앞세우고 막내는 아기띠로 업었다. 둘째, 셋째는 양손에 잡았다. 좁은 시장 안.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하신다.
"오메, 애국자네." 이건 양반이신 분이고.
"아따, 집이가 다 낳은 것이여?" 이것도 뭐, 들어 줄만 하다.
"애기 엄마, 다 한 배에서 나온 거여?" 요건 좀 충격이었다.
거기 그대로 그분들이 있나 모르겠다. 나를 알아보려나? 하하.
가끔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아이고야, 못한다. 사실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도 안 난다. 너무 힘들어, 생각도 하기 싫어 다 지졌는지도 모르겠다.
운전하지 말고 옛날처럼 311번을 타야겠다. 더듬더듬 기억을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