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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옹졸 Feb 29. 2024

이쁘고 착한 여자들

델마와 루이스


송 선생님에게 이 선생님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둘에게 밥을 한번 사고 싶어서다. 광양까지 왔다 갔다 종일 시간을 내야 한다. 어쩌다 쉬는 날 그닥 가깝지도 않은 사람과 왕복 네 시간 길이라니. 나라도 별로다. 거절을 예상하고 카톡을 보냈는데 “좋아요.”라고 답장이 왔다.      



송 선생님과는 글쓰기 반 정기 모임에서 두 번 봤다. 되게 고와서 나보다 덜 먹은 줄 알았는데 지나가는 소리로 들으니 언니였다.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같은 아줌마인데 나는 애만 키웠고 그쪽은 애도 키우고 일도 한다. 능력도 상당한가 보다. 직함을 들으니 높은 자리다. 괜히 머리가 수그러진다. 부럽기도 하고. 그러다 서로 비슷한 시기에 ‘브런치 스토리’를 하며 댓글로 오갔다. 아무도 관심 없는 내 글을 브런치 작가 ‘솔향’이 읽고 댓글을 달아준다. ‘한번 보자’는 인사치레 말이 이루어져 한 번 만났다. 밥에 차까지 계산을 다 송 선생님이 했다. 좀 민망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뭐 언제고 갚을 날이 있겠지. 이 선생님도 글쓰기 반에서 알았다. 내가 좋아한다. 여기도 나보다 언닌데 작고 귀엽다. 이쁘기까지 해서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처음 본 날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다. 기분이 묘했다. 호구조사가 아닌 ‘나’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어디 살아요?” “몇 살이에요?” 이토록 평범한 질문에 허물어져 푼수처럼 웃고 쓸데없는 얘기까지 주저리주저리 풀었다.   


  

광양 가는 길. 차 안 공기가 우리 사이처럼 미지근하다. “우리 델마와 루이스 같아요.” “그게 누구예요?”    


 

이름난 광양불고기 집으로 갔다. 돈 쓸 작정을 하고 왔음으로 종업원한테 한우 주라고 크게 말했다. 그런데 두 언니가 손사래를 치더니 “아이고, 한우는 무슨 한우야. 맛 똑같아. 호주산 주세요.”라고 했다. 딱 3인분. 고기가 얄팍해서 좀 부족한 듯 싶은데 배부르단다. 예상보다 밥값이 적게 나왔다. 이쁜데 착하기까지 하구나. ‘델마와 루이스’를 검색했다. 19금이다. 애들 개학하면 봐야겠다. 줄거리만 대충 읽었는데 꽤 재밌다. 이들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못하고? 아무튼 자유를 찾아 비상했다. 나는 무사히 집에 왔다. 다행이다. 단톡방을 만들어 즐겁고 고마웠다고 인사했다. “우리 ‘델마와 루이스’ 또 찍으러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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