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로 시작한 창업팀 이야기
1년 만에 돌아온 학교는 낯설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같은 과 친구들은 여전히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고, 나는 회의실에서 욕먹던 기억과 밤샘 QC를 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한 학기 정도는 학업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솔직히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인턴 기간 동안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요구사항도, 개발자의 갑작스러운 잠수도, 디자이너와의 소통 문제도 모두 겪어봤다. 어쩌면 이제는 내가 직접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또 다시) 자신감이 생겼다. 아니 이번엔 조금 달랐다. 적어도 1년 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는 아니었으니까.
사실 아이템은 이미 인턴 시절부터 메모해두었던 것이었다. 여행을 가면 늘 느끼는 것이 현지 가이드를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 하더라도 획일화된 관광 코스만 도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양방향 가이드-여행객 매칭 글로벌 플랫폼이었다. 여행객은 원하는 스타일의 가이드를 찾고, 현지인은 자신의 도시를 소개하며 수익을 얻는 구조. 지금 생각하면 당시 유사 서비스들이 이미 여럿 있었지만 그땐 "우리가 제일 잘 만들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이제 남은 건 팀을 꾸리는 일이었다. 혼자서는 당연히 불가능했고 함께할 사람들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같이 자취하던 선배였다. 이 선배는 나와 달리 이미 IT 업계에서 기획자로 일한 경력이 있었다. 대학 재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평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툭툭 던지면 항상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시던 분이었다. 어느 날 저녁 라면을 끓여 먹다가 조심스럽게 창업 아이템을 얘기를 주섬주섬 꺼냈고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선배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1년만 하자는 것이었다. 학기 중에는 병행하면서 딱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정리하고 각자 취업 준비를 하자는 조건이었다. 선배도 어차피 취업을 앞두고 있었고 포트폴리오에 넣을 만한 프로젝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나 역시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아니었기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음은 같은 과 동기였다. 이 친구는 독학으로 프론트엔드 개발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늘 혼자 하니까 뭘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필요했던 나에게도 개발 경험이 필요했던 친구에게도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는 제안이었다. 역시나 조건은 똑같았다. 딱 1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동기놈 역시 포트폴리오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혼자 토이 프로젝트 하는 것보단 팀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백엔드 개발자가 필요했다. 프론트는 동기가 맡았지만 백엔드까지 할 수는 없었고 무엇보다 실무 경험이 있는 개발자가 필요했다. 인턴 시절 회사에 계셨던 풀스택 개발자분이 떠올랐다. 프로젝트를 직접 함께 한 적은 없었지만 점심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된 분이었고 무엇보다 실력이 좋으셨다. 용기를 내서 연락을 드렸다. 아이템을 설명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돈을 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성공을 보장할 수도 없지만 1년 정도 사이드 프로젝트 격으로 도와주실 수 있냐고. 다행히 아이템이 재밌어 보인다며 도와줄 수 있다고 하셨다. 대신 본업이 있어서 속도는 느릴 수 있다고는 하셨지만,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개발자분이 함께해주신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으니까.
우리의 목표는 명확했다. 딱 1년. 1년 동안 제대로 된 서비스 하나를 만들어서 각자 포트폴리오로 쓰자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모두가 취업을 앞둔 상황이었고 각자에게 필요한 게 있었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솔직한 이해관계의 일치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창업(?)은 시작되었다.
5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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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학과 전공생이 IT PM이 된 이유_https://brunch.co.kr/@hwang1401/4
2부. 정신없는 첫 직장생활_https://brunch.co.kr/@hwang1401/5
3부. 인상적인 1년을 뒤로하고_https://brunch.co.kr/@hwang1401/3
4부. 돌아온 대학, 그리고 새로운 도전 _https://brunch.co.kr/@hwang14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