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돌아온 대학, 그리고 새로운 도전

막무가내로 시작한 창업팀 이야기

by 빈스
여전히 없어 고양이..

1년 만에 돌아온 학교는 낯설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같은 과 친구들은 여전히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고, 나는 회의실에서 욕먹던 기억과 밤샘 QC를 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한 학기 정도는 학업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솔직히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인턴 기간 동안 클라이언트의 무리한 요구사항도, 개발자의 갑작스러운 잠수도, 디자이너와의 소통 문제도 모두 겪어봤다. 어쩌면 이제는 내가 직접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또 다시) 자신감이 생겼다. 아니 이번엔 조금 달랐다. 적어도 1년 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는 아니었으니까.

RApibmALQL.jpeg 그렇게 결심한 것이 창업이었다.

사실 아이템은 이미 인턴 시절부터 메모해두었던 것이었다. 여행을 가면 늘 느끼는 것이 현지 가이드를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 하더라도 획일화된 관광 코스만 도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양방향 가이드-여행객 매칭 글로벌 플랫폼이었다. 여행객은 원하는 스타일의 가이드를 찾고, 현지인은 자신의 도시를 소개하며 수익을 얻는 구조. 지금 생각하면 당시 유사 서비스들이 이미 여럿 있었지만 그땐 "우리가 제일 잘 만들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이제 남은 건 팀을 꾸리는 일이었다. 혼자서는 당연히 불가능했고 함께할 사람들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같이 자취하던 선배였다. 이 선배는 나와 달리 이미 IT 업계에서 기획자로 일한 경력이 있었다. 대학 재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평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툭툭 던지면 항상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시던 분이었다. 어느 날 저녁 라면을 끓여 먹다가 조심스럽게 창업 아이템을 얘기를 주섬주섬 꺼냈고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TV_OTT3.c8241838ff4fe609f7d5.png 너 내 동료(?)가 돼라.

선배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1년만 하자는 것이었다. 학기 중에는 병행하면서 딱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정리하고 각자 취업 준비를 하자는 조건이었다. 선배도 어차피 취업을 앞두고 있었고 포트폴리오에 넣을 만한 프로젝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나 역시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아니었기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음은 같은 과 동기였다. 이 친구는 독학으로 프론트엔드 개발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늘 혼자 하니까 뭘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필요했던 나에게도 개발 경험이 필요했던 친구에게도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는 제안이었다. 역시나 조건은 똑같았다. 딱 1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동기놈 역시 포트폴리오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혼자 토이 프로젝트 하는 것보단 팀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백엔드 개발자가 필요했다. 프론트는 동기가 맡았지만 백엔드까지 할 수는 없었고 무엇보다 실무 경험이 있는 개발자가 필요했다. 인턴 시절 회사에 계셨던 풀스택 개발자분이 떠올랐다. 프로젝트를 직접 함께 한 적은 없었지만 점심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된 분이었고 무엇보다 실력이 좋으셨다. 용기를 내서 연락을 드렸다. 아이템을 설명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돈을 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성공을 보장할 수도 없지만 1년 정도 사이드 프로젝트 격으로 도와주실 수 있냐고. 다행히 아이템이 재밌어 보인다며 도와줄 수 있다고 하셨다. 대신 본업이 있어서 속도는 느릴 수 있다고는 하셨지만,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개발자분이 함께해주신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으니까.

IMG_2858.jpg?type=w800 아 모르겠고 일단 해봐

우리의 목표는 명확했다. 딱 1년. 1년 동안 제대로 된 서비스 하나를 만들어서 각자 포트폴리오로 쓰자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모두가 취업을 앞둔 상황이었고 각자에게 필요한 게 있었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솔직한 이해관계의 일치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창업(?)은 시작되었다.


5부에서 계속..

글 자주 써야지..


--------------------------------------------------------------------------------------------------------------------------

1부. 사학과 전공생이 IT PM이 된 이유_https://brunch.co.kr/@hwang1401/4

2부. 정신없는 첫 직장생활_https://brunch.co.kr/@hwang1401/5

3부. 인상적인 1년을 뒤로하고_https://brunch.co.kr/@hwang1401/3

4부. 돌아온 대학, 그리고 새로운 도전 _https://brunch.co.kr/@hwang1401/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부. 인상적인 1년을 뒤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