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리스좌, 힘내세유
https://youtu.be/Vkpg80ANGAw
이미 유행은 끝났으려나.. 최근 매우 유명했던 일명 ‘소울리스좌’에 대한 이야기. 에버랜드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위 영상에서는 기간제 근로자라는 직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면서도 참 입이 쓰다.
기간제 근로자, 듣는 순간 참 속상한 직급이지만 사라져야 할 직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30대 중반 이상까지는 계속해서 기간제 근로자였다.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일정한 근무를 하는 사람은 상시 근로자라고 볼 수 있다 하므로, 계약 기간을 2년이 되지 않도록 정해 놓고 재계약을 계속하면서 일을 했다. 뭐 납득이 되지 않는 일들이 있었지만 업무가 매우 익숙한, 다른 말로 하면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뭐 그런 익숙한 일이었고, 재계약에 대한 당연한 기대를 계속해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를 하는 기간 동안(거의 11년 정도..?) 큰 불만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새 30대 중반이 되고 나서 더 이상 기간제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 나이 곧 40이 될 텐데 언제까지 계약직으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늦기 전에 경력이라는 것도 쌓아 놓아야 다른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문득 두려워졌다.
그래서 추가로 계약을 하지 않았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이 생각이 조금 더 어릴 적에 들었다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물론 추가로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할 때는 매우 불안했다. 30대 중반. 어디 경력으로도 쓸 수 없는 행정직. 신입으로 가기는 많은 나이. 그렇다고 사무직이 아닌 일은 하기가 싫고..
지금까지 적어 놓은 나의 이야기는 어디 사기업, 민간기업이 아니다. 국립대학교라는 곳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국립대학교가 이럴진대 사기업은 온갖 편법이 난무하겠지. 일반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이 이 글을 쓰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어쩌겠어, 국립대학교라고 함은 아무리 기간제를 쓰더라도 법으로 정해진 것은 꼭 지키는 곳이니.. 연장근무니, 연가니, 퇴직금이니 등등에 대해서 법으로 정해진 것을 어기지는 않았다.
기간제 근로자, 계약직, 임시직. 모두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고용자’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사람을 쓸 정도는 아닌 업무 등에 임시로 잠깐 쓰는 사람. 임시로 잠깐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2년 동안 동일한 업무를 맡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2년 동안 동일한 업무를 한다면 이는 상시근로를 해야 하는 업무인 것이고, 그렇다면 기간제가 아닌 정규직 근로자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인 제한 때문에 2년이 되면 어디 다른 회사에 잠시 4대 보험을 넣어 두었다가 10일 정도 후에 다시 계약을 하는 편법도 쓰더라. 물론 그 10일 동안에도 여전히 해당 자리에 계속해서 출근하고 일을 한다.
뭐 같은 말의 반복이지만 기간제 근로자는 순간적으로 업무가 과다하거나, 회사의 역량이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잠시 해당 전문가를 불러서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정규직보다 급여를 더 쳐줘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물론 기간제 근로자의 업무역량이 충분하다는 전제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사업 자체의 기한이 있는 '**사업단'과 같은 부분은 제외하자. 사업기간이 2년이든, 10년이든, 그 이상이든 해당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고 어찌 보면 사업을 마치면 각자 자리고 가야 하는 TF팀과 비슷한 곳이니. 사업단에 취업하는 사람들 역시 사업 종료 이후 다른 부서로 채용해 달라 하지는 않을 것이리라. 우수한 업무능력을 보여준다면 회사에서 알아서 사업 종료 후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데려가겠지.
여하튼, 회사의 필요로 인하여 임시로 사람을 쓰기 때문에, 정규직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급여를 더 쳐줘야 한지 않은가 하는 것이 이 글의 요지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기간제 근로자를 쓰는 회사나 심지어 그 당사자조차도 아르바이트생 보다는 조금 더 괜찮은 수준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사회에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문제가 심각하고, 고용안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일자리가 많고, 충분히 노후준비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이 되어 있다면(일자리의 품질에 대해서는 논외로 해야겠다.) 죽을 때까지 기간제, 아르바이트를 해도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
이웃 일본은 아르바이트로 삶을 꾸려가는 사람(그다지 부족하지 않게)이 많다고 들었는데, 일본은 아르바이트,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급여체계가 정규직보다 높은 것일까?
뭐 하여튼, 최근 사회는 정규직에 비해서 임시직들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기간이 정해진 일을 하다 보니 기간제 근로자의 업무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누가 와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구라도 고용해서 그 정도 수준에 맞는 급여를 책정하면 되는데 사회는, 회사는 그 자리에 기간제 근로자를 쓴다.
기간제 근로자의 최소 급여 기준을 높이는 것이 어떨까? 아르바이트 최저임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하게 계약서를 쓰고, 기간의 정함이 있는 일을 시키고자 사람을 쓴다면 급여를 많이 주도록 제도를 마련한다고 생각해 보자.
기업체에서는 당연히 기간제 근로자 대신 정규직으로 고용해서 사용할 것이다. 물론 지속적으로 기업에서 해야 하는 업무인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해고가 나름 편리하기 때문에 기간제를 선호하는 것을 알겠지만 잠시 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아닌 꾸준히 해야 한다면 정규직을 쓰는 게 맞지.
물론 정규직 고용을 한 근로자가 업무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면접을 보든, 테스트를 보든 그건 기업이 알아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고.. 현재 근로자를 강제로 그만두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회사에서 함부로 정규직 채용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상황을 그냥 두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위 소울리스좌는 영상 하나가 빵 터지는 바람에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왜 이런 사람을 정규직으로 쓰지 않느냐 하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하지만 계약을 했고, 그렇게 근무하기로 했으면 정해진 기간 동안 그렇게 일을 하면 된다. 그리고 계약이 종료된 후 회사와 협의를 통해서 정규로 입사를 하거나, 이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다른 회사에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건 나중의 이야기 이므로 지금 당장 삼성물산이 왜 정규직으로 채용을 하지 않느냐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중에까지 사람들의 관심이 있다면 그때 가서 지켜보면 되는 것이다.
위 영상에 분노하신 분 들, 소울리스좌의 계약이 끝날 때 즈음까지 표출했던 그 분노를 가지고 있으실 수 있겠는가? 그때 되어 목소리를 낼 수 있으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