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Thanksgiving

by 황하


4월, Thanksgiving

黄河


4월에 Thanksgiving을 듣는다. 부레 같은 무게마저 버거웠을까, 떨궈 낸 빈 가지가 파동 치며 먼 하늘로 시위한다. 저문 들녘의 황량한 상흔을 감춰내듯 내리던 저 11월의 눈처럼 속닥이며 4월에 눈이 내린다. 하얀 선혈이 낭자하게 수를 놓는다. 사람들은 태연하게 눈을 맞고 피를 밟는다. 끝 간 데 모를 적막이 치밀어 올라 덩그러니 그림자 하나 남겨 놓는다. 그림자는 11월에도 길었었다. 긴 그림자를 감춰내며 눈은 내렸었고, 여전히 그 위로 눈이 내리고 있다.


4월에 Thanksgiving을 듣는다. 담묵의 시절로부터 다시 담묵의 계절이 시작된다. 슬라이드 필름처럼 지나온 장면들은 또렷한데, 깊숙이 뿌리내린 솟대는 수년째 침묵으로 일관하며 지나는 봄에도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핑계를 유지해야 하는 그는 어쩌면 방관자처럼 11월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그에게 몇 해가 더 흐를지 모른다. 그쯤이면 나태한 그림자는 이제 길게 드러누운 채 능청스레 눈을 맞고 있겠지. 솟대의 침묵도 여전하겠지. 다시 4월이 오고 눈은 내리고.





*Thanksgiving은 George Winston이 1982년에 발표한 피아노 솔로 앨범에 첫 번째 트랙으로 실린 곡이다. 그는 이 앨범으로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뉴에이지 붐을 일으켰으며, 삼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Thanksgiving을 비롯하여 joy, 캐논변주곡 등 그가 연주한 곡들은 아직도 널리 들려지고 있으며 다양한 편곡이 시도되어 들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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