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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효진 Aug 14. 2019

N잡러와 프리랜서는 조직에서 어떻게 일할까?

빌라선샤인 시즌 2 미리보기 프로그램 후기


빌라선샤인 시즌 2 미리보기의 첫 번째 프로그램은 'N잡러와 프리랜서는 조직에서 어떻게 일할까?'라는 제목으로 진행됐습니다. 여러 개의 팀에서 팀플레이어로 일했던 N잡러 홍진아 빌라선샤인 대표, 매체에 소속된 기자와 프리랜스 에디터를 거쳐 빌라선샤인에서 풀타임 정직원으로 일하게 된 황효진 빌라선샤인 콘텐츠 디렉터가 함께했어요. 이번 프로그램은 자신의 욕구를 중심으로 일의 환경과 맥락을 새롭게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그런 욕구가 조직 혹은 사회와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함께 잘 일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이야기해보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그날 어떤 고민과 노하우가 오갔는지 소개할게요.


프리랜서도 조직에 적응할 수 있나요?


황효진 디렉터는 프리랜서로 일한 기간보다 회사에 속해서 일한 기간이 훨씬 길긴 하지만, 업무 자율성과 주도권이 높은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오랫동안 '사실상 프리랜서처럼' 일해왔습니다. 협업이 업무의 핵심은 아니거나, 협업이 필요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했던 거죠. 프리랜서 에디터였을 때도 주로 원고를 썼기 때문에 작업을 의뢰받아서 결과물을 납품하는 방식에 가깝게 일했고, 그 때문에 협업다운 협업을 경험하거나 제대로 고민해본 적도 없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동료들과 팀을 꾸리고 프로젝트를 직접 만들어 보기는 했어도, 당시에는 좋은 협업이란 그저 일을 공평하게 나누고 각자 맡은 일을 잘 완수해내는 것 정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강점 다섯 개 중 네 개의 설명에서 '혼자 일하는 게 더 잘 맞다'라는 결과가 나온 사람



그런데, 협업이 중요한 조직에서도 그렇게 일할 수 있을까요?


빌라선샤인에서 일하게 된 이후, 황효진 디렉터는 협업의 정의와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보통 프리랜서가 조직에 합류할 경우, 출퇴근 시간이나 상사의 존재가 가장 문제일 거라고 예상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어요. 몇 개월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프리랜서처럼 일했던 사람, 즉 협업 시스템이 부재한 환경에서 나의 욕구를 중심으로 일했던 사람이 조직에 적응하며 제대로 협업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1) 나의 업무 내용과 성격을 파악한다

내 업무를 최대한 잘게 쪼개어 어떤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 업무에는 협업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누구와 진행해야 하는지 생각합니다. 오프라인 프로그램 기획부터 연사 섭외, 프로그램 진행, 온라인 콘텐츠 기획 및 제작까지 빌라선샤인 콘텐츠 디렉터의 모든 업무에는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2) 공유해야 할 업무 내용과 수준을 파악한다

협업의 필요성을 인지했다면, 협업 상대와 무엇을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빌라선샤인 콘텐츠 디렉터라면 업무별로 빌라선샤인의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 맞추기, 빌라선샤인은 커뮤니티 서비스이므로 프로그램과 콘텐츠에서 어떻게 커뮤니티성이 드러나야 하는지에 대한 고려, 스피커를 섭외할 경우 행사 기획 의도와 내용에 대한 이해도 맞추기 등이 필요하겠죠.


3) 내가 원하는 업무 컨디션을 생각한다

만약 개인이 어느 정도 업무 컨디션을 조율할 수 있는 회사라면, 내가 원하는 환경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기를 권합니다. 황효진 디렉터의 경우, 매일 9 to 6로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 출퇴근에 드는 에너지를 아껴서 업무에 더 투입하고 싶다는 점, 가능한 많은 추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단계에서부터 동료들과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맞추며 커뮤니케이션을 효율적으로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습니다.


4) 조직의 상황을 고려한다

나의 욕구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상황 역시 이해해야 합니다. 조직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고려해요. 빌라선샤인에서는 대부분의 일이 협업을 통해 돌아가고, 특히 커뮤니티 팀과 콘텐츠 팀의 일이 완전히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아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시간에 출퇴근하며 9시간씩 근무할 필요는 없다는 점, 업무에 따라 근무시간을 길게든 짧게든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데는 모든 구성원이 동의했습니다.


5) 접점을 찾고 시스템과 규칙을 함께 만든다

나의 필요와 회사의 필요 사이에서 접점을 찾고, 그 안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협업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빌라선샤인의 경우, 서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일할 때 다른 구성원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고 어떻게 업무 내용과 과정을 충분히 공유하며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맞춰나갈 것인가가 핵심이었어요. 그래서 황효진 디렉터는 함께 쓰는 메신저에서 매일 자신의 업무 시작 시각과 종료 시간을 미리 공유하고, 각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일주일 치의 투두리스트를 함께 쓰고, 스피커나 관계사 미팅 내용도 노션에 페이지를 만들어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등의 장치를 제안했습니다. 여기에 동료들의 또 다른 아이디어를 보태어 함께, 조금씩 조직문화를 다듬어나가고 있어요.




저는 여전히 N잡러일까요?


홍진아 대표는 하나의 소속으로 일하는 지금, 자신이 여전히 N잡러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결과 소속이 하나일 뿐, 일의 맥락을 자신이 만들어 간다는 점, 협업의 기술을 중요시한다는 점, 잘 쉬는 일과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 긴 호흡의 리듬을 가져가며 지구력 있게 일해야 한다는 점, 무엇을 하고 하지 않았는지, 또 무엇을 배웠는지 돌아보는 회고가 중요하며 그것을 나머지 구성원들과 함께,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N잡러라고 답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N잡러도 리더가 될 수 있나요?


리더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승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영향력을 더 넓혀가며 더 큰 일/해보지 않은 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소속을 여러 개 가진 사람이 한 팀의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사회문화적 편견이 존재하죠. 여전히 'N잡러'는 많은 사람에게 낯선 일의 형태이기에 인식 자체가 없기도 하고요. 홍진아 대표는 'N잡러로서 리더가 되어 시스템을 만든 사례 자체가 거의 없기에' 내가 만들면 그것이 바로 시스템이 된다고 말하며, 가능한 일의 영역에서는 N잡러도 리더십을 발휘하고 훈련해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프로젝트 리더인 N잡러로서 쌓은 경험이 빌라선샤인 대표로서의 리더십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것처럼요.


일주일에 이틀과 사흘을 나누어 두 개의 조직에서 일하며 프로젝트 리더를 경험했던 사람의 업무 흐름



                                                             

1) 일에 대한 장악력을 가지고 동료들을 파악한다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최종 결정은 리더인 '내'가 하되, 그 결정의 과정에 같이 하는 팀원들의 일의 맥락이 들어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합니다. 내가 없는 동안 동료들이 어떤 상황에서 일해야 했는지, 일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각자가 어떤 속도로 일을 해내고 있는지 살피고 일의 맥락에 다시 적용하는 과정도 필요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일의 과정을 상상해볼 수 있는 플로차트 역시 나와야 하고요. 일 역시도 기세이기 때문에 리더인 내가 이 일의 마스터라는 감각을 갖고 있어야 나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2) 시스템을 만든다

커뮤니케이션 방법, 일의 맥락을 공유할 수 있는 툴, 회의의 횟수와 규칙, 일이 자동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매뉴얼 등 시스템이 일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개인이 이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고, 한 번에 만들어지는 조직문화 역시 없기 때문에 함께 회고하며 조금씩 조금씩 다듬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겠죠.


3) 사회적인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개인들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일의 맥락을 스스로 쌓아가며 일하고 싶다고 해도 사회가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스템과 제도는 만들어질 수 없겠지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게 과연 긍정적일까요? 자유와 보호는 항상 양극단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홍진아 대표는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기록돼야 하며, 누군가 새로운 형태로 일하고 싶다고 말할 때 우리 각자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화 상대의 역할을 해주는 것도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다양한 일의 풍경이 필요합니다


이날의 이야기는 결국 다양한 일의 풍경이 사회에 더 많이 드러나야 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함께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도요. 빌라선샤인은 앞으로도 변화하는 일의 형태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다양한 욕구를 가진 밀레니얼 여성들이 일에 대해 고민할 때 그 고민을 나누고 해법을 함께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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