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퍼센트의 가을 아침

by 황효진


차를 타고 가다가 아이유가 부른 '가을 아침'을 들었다. 마침 가을이 시작된 것을 느꼈던 날이었고, 날씨가 좋았다. 이 곡의 앞부분은 꽤 오랫동안 무반주로 진행되며, 덕분에 아이유의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이 부분을 들으며 나는 정말 맞다고,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가을 아침은 내게도 커다란 기쁨이고 행복이다. 어제 아침에 그걸 확실히 알았다. 요즘 아침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다른 사람들과 줌으로 모여 인사를 나누고 각자 할 일을 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 환절기에 기상 시간을 갑자기 당겨서 그런지 요 며칠간 컨디션이 급속도로 나빠졌었다. 그런데 어제는, 심지어 잠을 그리 오래 자지도 않았는데 눈을 떴더니 몸이 가볍고 기분이 좋고 눈꺼풀이 전혀 무겁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습관대로 거실과 방의 블라인드를 걷고 바깥을 봤다. 서늘하고 쾌청한, 전형적인 가을 아침이 와있었다.


나는 가을 아침이 정말 좋다. 어느 정도로 좋냐 하면, 몸에는 아주 따뜻한 이불을 덮고 얼굴만 시원한 곳에 내놓았을 때만큼이나 좋다. (나만 좋아하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희망적인 생각이 샘솟는다. 어디든 가고 싶다. 많이 걷고 싶어 진다.


어제는 아침 모임을 마치자마자 부지런히 걸어서 근처 빵집에 다녀왔다. 햇빛은 쨍한데 공기는 차가워서 얼굴이 조금 시렸고, 그래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머리가 맑다고 생각했다. 아직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르지 못한다는 식빵을 통으로 사서 작은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빵집에서는 잘라주지 못하는 데 미안함을 표하지만 사실 나는 자르지 않은 식빵이 훨씬 더 좋다. 두껍게 썰어먹을 수 있으니까.) 빵을 굽고 사과를 깎고 골드키위를 반으로 잘라 부지런히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오래되고 맛없는 원두와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맛있는 원두를 적당히 섞어 프렌치프레스로 커피를 내렸다.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를 읽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것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그 한 모금은 (프렌치프레스로 내렸는데도!) 최고의 맛이었다. 가을 아침이 모두 깃들어 있는 맛이었다.



캐럴라인 냅은 <명랑한 은둔자>에 수록된 '여름을 싫어하는 인간이라니'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이 사실을 오랫동안 비밀로 숨겨왔지만, 이제 자백할 때가 된 것 같다. 여름은 나를 초조하게 만든다. 여름은 나를 슬프게 만든다. 나는 역겨운 인간이다." 이렇게도 썼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간절기다. 10월의 날씨다. 진짜 추위의 불편함은 겪지 않아도 될 만큼 따뜻하지만 부츠를 신고 옷을 껴입어야 할 정도로는 싸늘한 날씨. 면 스웨터와 가벼운 재킷과 두꺼운 양말을 신기에 적합한 날씨." 나도 냅처럼 "여름이라는 개념에는 끌"리지만 여름의 실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날씨가 약간 추워지면 혼자 은밀히 기뻐한다. 하필 어제와 같은 완벽한 가을 아침에 이 책의, 이 파트를 내가 읽게 된 것은 근사한 우연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오늘 아침, 유난히 잠에서 깨기가 힘들길래 바깥을 보니 하늘이 약간 흐리다. 어제와 비슷한 시간을 잤는데도 눈꺼풀이 아주 무겁고 머리가 멍하다. 왜 백 퍼센트의 가을 아침을 이틀 연속 경험할 수는 없을까. 어째서 세상이 이런 식으로 옹졸하게 구는지, 나는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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