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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캇아빠 Sep 06. 2024

Thanks vs 고맙습니다

서울 여행기 - 1

아주 오랜만에, 2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갑작스러운 여자친구 부모님의 호출에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부랴부랴 비행기 티켓을 끊고 아이들 방학이 끝나기 전에 다녀왔다. 결국 나와 여자친구만 다녀오기로 했고, 기간도 1주일로 짧게 정말 한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짧은 여행이 되었다. 아이들도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누가 잠깐잠깐 봐주는 걸로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준비해 놓고, 미리 배달음식 시키기, 우버 타기, 등등을 연습시켰지만, 결국 불안한 마음에 아이들과 개놈을 봐줄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하고 나서야, 마음 놓고 다녀올 수 있었다.


어찌 됐든, 그렇게 한국에 1주일 동안 다녀왔다. 뜨겁고 습한 날씨, 어딜 가도 미어터질 것 같이 많은 사람들, 부족한 주차장, 알아보기 힘든 도로사인, 해외신용카드도 현금도 결제가 안 되는 키오스크 등등 안 좋은 점도 있었지만, 친구들, 가족들, 꽤 깨끗한 거리(적어도 오줌냄새는 안나는 거리), 새벽까지 놀아도 안전하고, 나를 기다리는 수많은 맛집들(오래 기다렸지?), 맛집이 아니어도 충분히 맛있는 집들, 비교적 싼 물가, 없는 게 없는 가게들, 역시 한국이 살기가 훨씬 좋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그런 한국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 아니 어쩌면 너무 과하게 친절한 사람들


처음 시작은 아시아나 항공 비행기부터였다. 급하게 정한 여정이다 보니, 보통 이용하는 에어캐나다 직항이 아닌 미국을 경유하는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하게 되었고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분들은 대부분이 한국분들이었고, 그래서 나도 한국말로 이야기하게 되었다.


“마실 것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뭐로 드시겠습니까?”


“토마토 주스 부탁드리겠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토마토 주스를 마시는데 뭔가 기분이 찝찝하다. 분명 간단히 Please와 Thank you처럼 가볍게 할 수 있는 말을 했는데, 한국말로 하다 보니 갑자기 극존칭에 예의 바른 사람이 돼버린 기분이었다. (이건 내가 아닌데?) 그리고 그런 기분은 한국에 있는 동안 어느 가게를 들어가던 어느 식당을 가던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냥 가볍게 Thanks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내 입에서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가 나오고 있었고 “영수증 드릴까요?”라는 물음에도 “네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사람이 아닌데…


몇 년 전, 아이들과 한국사람이 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워낙 한국사람이 적은 동네라서, 한국사람이 가게를 오픈한다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가서 인사를 하곤 했었다. 그날도 처음 보는 한국인 사장님이 식당을 오픈했다고 해서, 일부러 음식을 먹으러 갔었다. 우리는 조금 무리해서 주문을 했고, 곧 음식이 나왔다.


“고마워요”


첫째 아이가 어눌하지만, 한국말로 감사 인사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른들한테는 ‘고맙습니다’라고 해야 하는 거예요”


우리는 기분이 상했지만, 티 내지 않고, 먹는 둥 마는 둥, 재빨리 나왔고, 다시는 그 가게를 가지 않았다. 가끔 다른 캐나다친구들이 그 가게 가봤냐는 말에는 나랑 안 맞아라고 둘러댔고, 친한 캐나다 친구의 집요한 질문에 당시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더니, 친구는 대신 화내고 욕해주면서, 나보고 “너는 캐나다 사람이랑 사귀어야 해”라는 이상한 말로 말 맺음을 하곤 했었다.


나는 어떤 언어 표현이 더 좋고, 더 예의 바른 지는 모르겠다. 나같이 인간관계도 좁고, 성격에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 어찌 그걸 알 수 있으랴. 하지만, 가끔은, 한국식 표현이 좀 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누가 무언가를 건네주면 “고마워”,라고 하고, 영수증 줄까?라고 하면, “응 부탁해”, 마트에서 장보다 사람 옆을 지나갈 때 “미안‘ 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하지만, "고맙습니다", "부탁합니다" "실례합니다"는 조금 부담스럽다.


고맙습니다 보다는 가볍게, 고마워요. 를, 부탁드립니다 보다는 부탁해요를 자주 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비행기에서 밥 줄 때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너무 기다렸다가 받는 것 같아 과해 보인단 말이다. 물론 당시 내가 엄청 배가 고프고, 냄새만으로 침을 흘리고 있었긴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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