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의 밤.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는 엄마의 모습인데..
실력은... 음... 목소리는 맑으나-
거의 모든 노래를 가곡 풍으로 부르신다;;;ㅋㅋ
어렸을 때 공부를 매우 잘 했음에도-
가정 형편과 남아 선호 사상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복잡한(?!) 가정 환경으로부터 도망치듯,
어린 나이에 결혼을 선택했던 우리 엄마는..
결혼 후, 무려 네 명의 자식을 낳아서 키우느라-
자신의 꿈은 모두 접어야만 했는데..
그래서였는지..?
못다 이룬 꿈을 대리만족. 이라도 하려는 듯-
엄청난 교육열로,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셨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당시에-
우리 집의 모든 경제권은,
아버지가 딱! 거머쥐고 계셨고..
엄마는, 매달의 생활비와 우리들의 학비 등을
아버지에게.. 주기적으로 타서 쓰고 있었는데-
(엄마는 타서 쓰는 생활비 외에는..
사업을 하는 아버지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어떻게 쓰고.. 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사셨다.)
그러다보니, 엄마도..
(마치 우리한테 그랬던 것처럼)
절대로! 단 한번도!! 순순히-
아버지로부터 생활비를 받지 못했고..
매번, 왜 그만큼의 생활비가 필요한지-
아버지에게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으며..
그러고 나서도, 주구장창 긴- 일장 연설과
아껴 쓰라는 훈계의 말과 함께, 원래 필요했던
생활비의 7~80% 밖에 받지 못했으니..
돈을 받고도, 원망이 남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 이었다!
(심지어 "생활비" 인데.. 엄마 자신을 위해,
필요한 돈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여리고 맘 착한 우리 엄마는
어떻게든 아껴서 써보려고, 나름 발악을 하다가..
(그런다고 되는 일이 절대 아니니까-)
다시 아버지에게 손을 벌리게 되고..
그러면 다시,
설명과 연설과 애간장이 도돌이표... ㅠㅠ
그렇게 평생을-
애 태우면서, 쪼들리게(?!) 살았던 엄마가..
아버지가 그동안 몰래 숨겨놨던,
약간의 재산(?!)과 땅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의..
그 엄청난 배신감이란;;;;
(나중에, 엄마는 그랬다. 딱! 필요한 만큼..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정확하게-
생활비를 한 번에 제대로 줬으면..
그렇게 화가 나진 않았을 거라고;;;)
서늘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엄마는,
자고 일어나보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일주일이 넘도록, 가출을 해서 돌아오지 않았다!
외갓집을 비롯해서, 엄마가 갈 만한 데나-
만날 것 같은 친구나.. 어디에 연락을 해봐도,
엄마의 흔적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고..
그렇게.. 우리들의 불안은 깊어져만 갔다.
(아마도 이때? 아버지가 끊었던 술을
다시 드시는 모습을 본 것도 같다;;;ㅋ)
거의 열흘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돌아온 엄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먼저,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재산을 나눠주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이혼하게 되면, 바로 재산분할 신청하겠다고-
선전 포고를 하셨고..
(정말로 이혼도 감수할 기세였는데,
독하게 덤비니.. 결국엔 쟁취! 승리 하셨다^^)
다음으로는,
당신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마치, '자격증 수집가' 라도 된 것처럼-
각종 자격증들을 하나씩! 따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국가 공인 한식요리사 자격증까지 따셨다.
(덕분에, 우리는..
엄마의 요리 실습을 위한 마루타(?!)로,
눈과 입이 아~주 호강하는!!
행복한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ㅋ)
가출했던, 그 열흘 동안-
대체 엄마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언젠가, 내가 물어봤을 때-
엄마는 그냥.. 여기저기- 바람 쐬고 다녔다고..
그러면서, 배시시- 웃기만 하셨는데..
아무튼, 그 때의 가출을 기점으로-
그 이전의 엄마와, 그 이후의 엄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고!!
(어쩌면, 가출 이후가..
"진짜 엄마의 모습"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랜 세월동안, 그 뜨거운 욕망을(!!)
참고 누르느라.. 더 많이 힘드셨을지도^^)
그 후로, 지금까지..
엄마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면서,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나이 70이 넘어서도-
꾸준히 노력하며, 변함없이 당당한..
우리 엄마의 모습이 자랑스럽고, 참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