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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마담 Oct 16. 2023

한국 영화의 흥행사를 새로 썼던, <서편제>

<서편제>
1993년 / 드라마 / 112분


<서편제>는, 우리의 소리인 ‘국악’을 소재로-

소리꾼 가족의 슬픈 삶을 다룬 작품이었는데..


1993년에, 이 영화가 개봉을 했을 때에는-

"임권택 감독" 이라는 인지도 외에는..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는(?!) 국악이란 소재와

인지도가 전무한- 신인 배우들의 출연으로..

흥행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단관 개봉 시절에-

단성사. 단 한군데의 극장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장장 6개월이 넘는, 196일의 기간 동안..

하루 5회 상영이 전회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며,


113만 명이 넘는,

경이로운 수치의 관객을 동원하기에 이르렀고..


(당시에, 한국 영화는..
소위 ‘방화’ 라고 비하되면서,
관객 10만 명을 넘기기조차 버거웠다.)


결국은 한국 기네스북에,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기록이 될 정도로..


한국 영화의 흥행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이 기록은 나중에,
<쉬리>에 의해 깨지게 되는데..

그때는 이미
여러 개의 극장에서 동시에 상영을 하는,
'와이드 릴리즈 시대'로 변하고 있었기에-

'단관'에서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서편제>가 지금까지도 절대 깨지기 힘든!!
엄청난 대기록을 세웠다고 하겠다.)




당시에는 정말, 서편제를 안 보면 간첩.

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는데..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예매를 할 수 있는 때도 아니었기에-


극장 앞에 직접 가서, 길게 줄을 늘어선 채로,

표를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단성사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그나마도, 표를 구하면 정말 다행.

전회 매진이 떨어지고 나면-

완전 허탕을 치며,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그러다보니, 미리 표를 많이 확보해 둔-

암표 장사들도 극장 인근에서 활개를 쳤다.


나 역시, 몇 번의 허탕 끝에-

결국 암표를 구입해서 보게 되었는데..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구성진 노래 가락과, 그 속에서 뚝뚝- 묻어나는..


우리 고유의.. 처연하도록 아프고 슬픈 한(恨)!!

이라는 정서가 깊은 울림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특히, 가슴을 칼로 저미는 한이 사무쳐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는 법. 이라며..


유봉이 송화의 눈을 멀게 하는 장면은,

정말 울컥-!! 했는데..


물론, 단지 눈을 멀게 한다고 해서

한이 절로 생길 리도 없고..


한이 생긴다고 해서, 그것이 곧-

소리를 득음 한다. 는 보장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사무치게 느껴지는 소리에 대한 절실함이..

깊은 공감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나중에, 죄책감 속에-

죽음을 맞게 된 유봉이 송화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도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는데..


“이제 소리에 한을 담지 말고,
한을 넘어서는 소리를 해라.”


지금 다시 되새겨 봐도,

거기에 내 모습이 대입되면서-

왠지.. 뭉클- 해지는 것 같다.




<서편제>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60년대 초. 전라도 보성 소릿재.

30대의 동호는, 소릿재 주막 주인의

판소리 한 대목을 들으며 회상에 잠긴다.



소리품을 팔기 위해, 어느 마을-

대가집 잔치집에 불려온 소리꾼 유봉은..


그곳에서 동호의 어미 금산댁을 만나,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양딸 송화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동호와 송화는 오누이처럼 친해지지만-

금산댁은 아이를 낳다가, 그만 죽게 되고..



유봉은 소리품을 파는 틈틈이-

송화에게는 소리를, 동호에게는 북을 가르쳐서..

둘은 소리꾼과 고수로 한 쌍을 이루며 자란다.



그러나, 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줄고-

냉대와 멸시 속에서 살아가던 동호는,

어미 금산댁이 유봉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과

궁핍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집을 뛰쳐나가 버리고..



유봉은 송화 또한 떠나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소리의 완성에 집착해..

약을 먹여서, 송화의 눈을 멀게 한다.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송화를,

유봉은 정성을 다해 돌보지만..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송화의 눈을 멀게 한 일을 사죄하고 숨을 거둔다.



유봉이 죽자-

장님이 된 채로, 홀로 남겨진 송화는

떠돌면서, 소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데..



몇 년 후.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송화와 유봉을 찾아나선 동호는..


어느 이름 없는 주막에서,

우연히.. 송화와 만나게 된다.


북채를 잡은 동호는, 송화에게 소리를 청하고..

송화는, 보이지는 않아도-

아비와 똑같은 북장단 솜씨인 그가.. 동호임을 안다.


그러나 차마, 서로 아는 체도 못하고-

그들은 또 다시.. 헤어짐의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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