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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할머니

by 황마담
1981년에 작고하신 친할머니 사진이다.


거실 한 켠에 자리잡고 앉아서, 낡은 앨범 속-

오래된 사진들을 하나하나 스캔 하고 있는 나를

보고도 짐짓, 관심 없는 척- 하시던 아버지가

앨범들을 다 정리하고 나니.. 넌지시 물으신다.


“혹시 할머니 사진도 있더냐?”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

아버지도 할머니가 그리우셨구나 하고...


그렇지.. 엄만데...
너무나 오래 전에 돌아가신 엄만데...
사무치도록, 많이 보고 싶으셨겠지 ㅠㅠ


그때 찾은, 할머니의 유일한 독사진인-

이 사진을 아버지께 카톡으로 보내드렸더니,


한참을 빤히... 쳐다보고만 계셨고,

나는 그런 아버지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할머니...


사진에서부터 인생의 고단함이 뚝뚝- 묻어나는,
한 많은 내 친할머니, 김순이 여사는..


1946년에 남편을 여의고,

1981년에 돌아실 때까지..


무려 35년을, 장터에서 행상을 해가며-

홀로, 3남 4녀의 - 7남매를 키우셨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시골 오일장에서..

도자기 같은 그릇들을 땅바닥에 펼쳐놓고

장사를 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가족들과 일본 미야자키에서 살다가,

1945년 해방이 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제대로 된 거처도 없어서,
시아주버님 댁의 문간방에 기거하며-
온갖 잡 일을 다 하셨다는 할머니는..


남편에 이어, 7남매 중 딸 2명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고모 두 분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는데,
한 분은 병으로, 한 분은 자살을 하셨다고 들었다.)


장사로, 악착같이 돈을 벌어서..

결국엔 집도 장만하고, 목공소까지 차려주실 정도로

경제적인 능력을 과시하셨다고 한다.


큰아들에게는 목공소를 차려주시고,
막내아들에게는 집을 사주셨는데...
둘째인 우리한테는, 왜 아무 것도 안 해주세요?


언젠가, 엄마가 이렇게...

할머니에게 불평을 한 적이 있었더란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답하시기를-


그러면 니가 여기 와서 살아라.
그럼 내가 집이라도 한 채 마련해줄게.


그 바람에, 엄마의 불평은 쑥- 기어들어갔고,

두 번 다시 같은 얘기는 꺼내지도 않으셨단다.


(나름 도시 출신이었던 엄마는 절대!
시골에서 살고 싶진 않으셨던 게다. ㅋㅋㅋ)




할머니는 자식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장사를 계속 하셨고..


할머니가 장만해주셨던-


큰아버지의 목공소는 팔아서, 큰엄마가

시내의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데 쓰셨고..


작은아버지의 집은 지금도 내부만 개조를 해서,

작은 엄마가 그대로- 잘 살고 계신다.




엄마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할머니는-


늘 한결같이 깔끔하게 쪽을 진 모습에,

너무나 꼬장꼬장하고, 매섭고도 괄괄한 성격으로,

다소 무서운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지만..


적어도, 내 어린 기억 속의 할머니는..

과자도 잘 사주시고, 너무나도 따뜻하고 푸근했다.


문득, 환하게 햇살이 내리쬐는 장터에서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안아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생각난다.


할머니~

하늘나라에선 할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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