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백화점이 무너졌던 날을 회상하다 보니,
그 때. 우리가 거의 살다시피(?!) 했던,
"보임" 사무실에 대한 추억도 떠올랐다.
서초역에서-
예술의 전당 방면으로 쭈욱- 걸어오다 보면,
1층에 ‘은성 낚시’ 라는 가게가 있는,
작은 5층 건물이 하나 있었고-
그 건물의 4층이, 우리 사무실이었는데..
가난한 영화인 주제에,
어떻게 이렇게 좋은 곳에 떡- 하니,
사무실을 차릴 수가 있었냐고 하면..
그 건물의 소유주가 바로,
영주 언니의 아버님이셨다! ㅋ
유명한 대학병원의 내과 학과장 출신이셨던,
영주 언니의 아버님은.. 정년 퇴직을 하신 후에,
건물을 하나 인수하시고, 그 건물 2층에서-
동네 내과 병원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막무가내인 막내딸, 영주 언니의 똥고집에 못 이겨,
기어이- 4층을 우리의 사무실로 내어주셨고..
(실상은, 거의 점거 수준이었다;;;ㅋ)
그런 이유로, 우리는 건물의 관리와 청소 등-
온갖 잡일을 눈치껏- 도맡아서 해야만 했다.
그래도, 감지덕지!
공짜로(?!)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는 게 어딘가! ㅋ
게다가, 우리가 그렇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오가는 많은 독립 영화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할 수도 있었는데..
사무실 한 켠에 간이 침대까지 두고 있어서,
자고 가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ㅋㅋ
아버님과 영주 언니는,
너무나도 쿨~ 한 부녀지간이었는데!
막상 얼굴을 마주 보면, 서로 아주 살뜰했고..
아버님은 우리에게도, 아주 다정하게-
잘 해주셨으나.. 평소에는, 같은 건물 안에
있으면서도, 거의 왕래를 하지 않으셨다.
아버님 입장에서는 아마,
우리를 보면 속만 탈 것 같으셨는지-
사무실 쪽으로 아예 올라오지 않으셨고;;;
그래서 가끔.
오히려 우리가 먼저 병원으로 내려가서-
인사를 드리고, 안부를 전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
그럴 때면, 영주 언니는..
병원이 장사(?!) 가 안 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아버지가 돌파리 의사인 것 같다고..
망해서 쫓겨날 것 같으면,
우리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미리 알려만 달라고..
아버님을 놀리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엄하고 무뚝뚝한, 전형적인 경상도 싸나이이자,
지독한 구두쇠 아버지를 보고 자란 내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정겨우면서도 부러웠던.. 기억도 난다.
지금도 가끔, 보임 사무실이 있었던 서초동.
그 동네를 지나가게 될 때면.. 괜스레-
그 시절을 추억하며, 두리번- 거리게 되는데..
이제는, 거의 3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흘러-
낯선 느낌이 들 정도로 동네가 많이 변해버렸고,
그 때의 아버님도 더이상 거기에 안 계신다.
너무 많이 연로해지셔서,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서울 근교에서-
조용히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고 하는데..
멋쟁이 아버님~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