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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의 딸들, 플래저와 엔조이!

by 황마담


25년 전 쯤의 일이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동물을 사랑했지만-

이상하게 동물은 죽어나가는 엄마의 징크스와,

동물이라면 질겁을 하는 나의 트라우마 때문에..


오랫동안, 전혀! 동물을 키우지 못하다가..





지금은 제부가 된,

당시의 남자친구가 선물해준..


페르시안 고양이 한 마리를,

간신히 허락을 받아서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야심한 밤에 귀가하던 둘째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들어왔다.





아직 눈도 뜨지 못했을 정도로-

갓 낳고 버려진, 길고양이였는데..


둘째는, 그 새끼 고양이를 살려보겠다고-

젖병까지 사서, 분유를 타서 먹이며..


그렇게 애지중지-

죽어가던 새끼 고양이를 살려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는-

또 한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어찌 그리 잘 찾아서 데려오는지;;;)





이번에도 역시, 갓 태어난 길고양이였는데-

마찬가지로.. 둘째는 애지중지- 살려냈다.


그런데, 갑자기 집에-

고양이가 무려 세 마리나 되자..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엄마가 냉정하게 말했다.


다 정리하고, 딱 한 마리만 선택해서 키워!!
그 이상은 절대 안 돼!


둘째는 울며불며, 애원했다.


그럼, 딱 두 마리만 키우게 해주세요.
고양이는 외로우면, 우울증 걸린단 말이에요.


그리하여 결국, 두 마리로 합의를 했는데..


둘째의 선택은, 세상에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길냥이 두 마리 였다!!


얘는 고급지고 예쁘니까,
어딜 가도 사랑받을 거야!


그렇게, 페르시안 고양이를 바로-

다른 집에 분양을 보낸 둘째는..


새끼 때부터 키워온 길냥이 두 마리와

정말 평생을 함께 했다!!!





플래저 & 엔조이.


얘네들이 현관 앞으로 쫓아가서,

망부석처럼 기다리고 앉아 있으면..


잠시 후에 둘째가 집에 들어올 정도로,

아주 예민하고도 깊게!! 서로 교감했고..





얘네들은 마치, 사람 말을 다 알아듣는 것처럼!

너무 영리했고, 애교도 많았는데..





세월이 흘러-

연로해진 냥이들은, 노환으로 투병을 하다가..


각자 17년, 18년의 수명을 다하고..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냥이들이 투병을 하는 2-3년 동안..

둘째는 정말 꼼짝도 안하고,

냥이들 옆에서 병수발을 들었는데..


심지어, 부모님 생신 때도-

냥이들 투석과 간호 때문에 못 온다는!!

둘째 때문에 성질이 난 나는..


어떻게 사람보다 동물이 더 중하냐?!!!!


이렇게, 버럭- 화를 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한 마리가 먼저 죽고-

깊은 슬픔에 빠진 둘째는,

혼자 집에서 3일장을 치뤘단다.


(제부의 증언에 따르면-
꼬박 3일 동안 냥이의 시체를 붙잡고,
하염없이 울었다는데..

이때, 오죽하면 우리 엄마가 그러셨다.
우리가 조문이라도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 사무친, 상실의 아픔 때문이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한 마리도..

이어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화장한 두 냥이의 유골은,

지금도 둘째의 집에 고이 모셔져 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둘째는 앞으로 절대!

다른 동물은 키우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런 결심을 하게 된, 둘째의-

아픈 마음과 깊은 속내도 조금은 알겠지만..


그래도, 둘째야!!

냥이보다 사람이 더 아름답단다.


우리, 가까이 있을 때.. 서로에게 더 잘 하자.

부모님께도!!! 알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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