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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틋한 나의 멍멍이 아저씨

by 황마담
오른쪽 뒤편이, 멍멍이 아저씨다.너무나도 어렸던- 막내 이모와 막내 삼촌의 모습도 재밌다^^ㅋ


처음 만났을 때,
커다란 개를 키우고 있었기에-


내가 ‘멍멍이 아저씨’ 라고 부르면서부터,

그게 모두의 애칭이 되어버렸던-

멍멍이 아저씨는.. 우리 막내 이모부였다.


개를 좋아했던 만큼,

어린 내게도 무척이나 잘 해주셨기에..

한때는 나도 엄청 좋아하며 따랐는데-


결혼한 후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이모를 호강은 커녕,

너무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서.. 원망이 커졌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모부가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놀라서, 정신 없이 병원에 다녀온-

엄마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이모부가 며칠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가자, 가자 하고도.. 바빠서 못 갔는데..


그날은 상태가 많이 안 좋았는지..

출근을 준비하며 씻고 나오더니,

바로 병원에 가야겠다고 하시더란다.


그래서 이모와 같이,

멀쩡하게(!!) 병원에 걸어 들어갔는데..


검사를 받는 도중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고.. 병명은 뇌출혈.


급하게 수술을 하고,

깨어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제발.. 제발..
이모부가 무사히 깨어나게 해주세요.."


너무나도 간절하게 기도를 했고,


그런 모두의 기도가 통했는지..

거의 열흘만에, 이모부가 눈을 뜨셨는데-


더 큰 문제는..

정신 분열과 착란증세. ㅠㅠ


뇌 수술을 할 때에 뭐가 잘못 됐는지..

이모부는 소위.. 미쳐 버리셨고...


그러는 동안,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모부와 동업을 했던 사람은 배신을 하고,

공금을 빼돌려서 사라져 버렸다.


최악의.. 절망적인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후에.. 그 모든 일들을,

전업주부였던 이모가 어떻게 다 수습했는지..

정말 지금도 상상조차 안 된다.


단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모에게 다녀오는 엄마를..

그저 지켜봤던 기억만이 있을 뿐이고..


딱 한번.

이모부의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는데..


나사가 반쯤 풀려버린 이모부의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벌벌- 떨었던..


그 후로는 두 번 다시.. 병문안의 ‘병’자도

꺼내지 못했던.. 그런 기억이 있다.


결국, 이모부는..

요양원 같은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셨고-

거기서 몇년 후에.. 돌아가셨다.


(넷이나 되는 어린 자식들 때문에..

더는 이모가 간호를 하고 있을 수도,

집으로 모시고 올 수도 없었으리라... ㅠㅠ)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야,

이모부가 살아 온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이모부는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셔서,

할머니의 손에 키워졌고..


부모님은 각자 재혼을 하셔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잘 살고 계셨으나..

(심지어 엄마 쪽은 엄청난 부자였다고;;;)


어느 쪽에서도,

이모부는 "찬밥 신세" 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완전히 고아처럼.. 오롯히 혼자..

힘겹게,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오신 거 였다.


그런 이모부에게, 유일한 가족이..

바로 우리 막내 이모가 됐던 거고..




이모부의 부모님과 이복 형제들은,

이모부의 장례식에도 끝끝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나도 외롭고 쓸쓸한 삶과 죽음...


이제와, 건강하실 때..

조금은 더 다정하게 대해 드리지 못했음에..

정말 너무 너무 죄송하고..


이모부가 아닌,

나의 멍멍이 아저씨가 정말 사무치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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