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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20. 2022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서른여섯 번째 시

난데없는 북서풍이 갈대로 엮은 모자를 집어삼키고

모처럼 햇살들이 나와 강 위에서 헤엄쳤다

오렌지빛 자전거를 탄 소녀가 구름을 오르고

소녀의 하늘빛 눈동자가 바다로 떠나갈 즈음

나는 익숙한 것을 등지고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달랑 낡은 우산 하나 들고서 그녀가 걸었던 구름길을 오를 즈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아도 모든 걸 이해하듯 우리는 미소 짓는다

지금 향기로이 피어있을 오렌지빛 기억들이

지독한 커피 한 잔 위로 덩그러니 헤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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