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번째 시
난데없는 북서풍이 갈대로 엮은 모자를 집어삼키고
모처럼 햇살들이 나와 강 위에서 헤엄쳤다
오렌지빛 자전거를 탄 소녀가 구름을 오르고
소녀의 하늘빛 눈동자가 바다로 떠나갈 즈음
나는 익숙한 것을 등지고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달랑 낡은 우산 하나 들고서 그녀가 걸었던 구름길을 오를 즈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아도 모든 걸 이해하듯 우리는 미소 짓는다
지금 향기로이 피어있을 오렌지빛 기억들이
지독한 커피 한 잔 위로 덩그러니 헤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