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일곱 번째 시
소녀의 향수병에는 향기 대신 기억이 들어있다
흐르던 눈물들이 다시 눈동자 속으로 숨어버리고
엄마하고 밤새 울며 돌아다니던 새끼 고양이는
바다 위를 걸어도 결코 물에 젖지 않았다
오로지 빛 하나 없는 다락방만이
북어처럼 메말라가는 목소리로
누가 저 좀 도와주세요 아무도 없어요
여기에서 꺼내 주세요
하지만 너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당연히 견뎌내야 하는 고독과는 상관없이
네가 원치 않는 기나긴 낮잠과는 결코 상관없이
대중들의 흥미처럼 과정 따위는 상관없이
결국 낡은 동화책 속 공주의 결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