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덟 번째 시
몽당연필마냥 조그만 숙녀가 내게 시를 묻는다
숙녀가 신은 노란 구두 위로
벌과 나비들이 줄을 지어 노래를 하고
후하고 날려 보낸 민들레 씨앗들은
서로 헤어지기 아쉬워 눈물을 흘린다
꿈 많은 청년들은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 아름다워 오늘도 살인을 하고
피 흘린 자리 위로 코끼리와 기린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걷는다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환각제 속에서도
나는 차마 죽음을 껴안지 못했다
분명 시는 늘 곁에 살아있었지만
우리는 숨만 쉬는 송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