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까막까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만복 Jun 22. 2022

붉은 넥타이

쉰한 번째 시

종이 울린다. 시계는 휴식시간을 가리켰다. 그러나 유독 내 시계만 멈춰있었다.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대장부처럼 쩍쩍하고 싶은데, 아니, 그보다 담배 몇 모금이 급한데, 펜을 종이에 떼는 순간, 붉은 넥타이가 내 목을 조여 온다. 과거, 지금의 아내는 나에게 처음 넥타이를 선물했었다. 뒤에 적힌 가격표보다 맬 줄 몰라 쩔쩔매던 그녀의 모습. 우리는 하얀 넥타이를 보며 밝게 미소 지었다. 그러나 지금, 아내는 표정 하나 없는 얼굴로, 요즘 누가 넥타이를 매 줘. 자동으로 된 거 많잖아. 제일 싼 걸로 하나 사. 찰칵. 철컹. 넥타이 때문이었을까. 매번 죄어오는 넥타이 때문에 자꾸만 피를 토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넥타이의 색도 붉게 변해있었다. 마치 느리게 숨을 끊는 교수대처럼.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사람들이 붉은 넥타이를 매고. 서로의 넥타이를 감시하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잃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