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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22. 2022

실타래

쉰일곱 번째 시

그대여 나를 잊어주소서

마른땅 위로 낙하하는 민들레로

주인 없는 거미줄에 걸린 낙엽으로

부디 나를 잊어주소서


그대여 나를 또 잊어주소서

일과를 마치고 잠시 벽에 기대어

노곤함을 녹였던 어느 해 질 녘의 단잠

기억도 꿈도 아닌 그저 순간이었던 것으로


그대 앞에 나는 항상 얼간이로

벗어날 수 없는 어제라는 늪으로

그대는 나아가고 나는 머물게 하소서


끊어지지 않는 실타래로 올가미를 만들고

피 흘리는 노을 앞에 뾰족한 기둥을 세워

나는 기꺼이 내 목에 그것을 걸어두고

신이시여 그대 뒤를 비추는 별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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