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여덟 번째 시
다리 위로 개미 한 마리가 오르락내리락
질척거리는 늪에서 잠을 청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눈을 감고 애써 몸부림도 치지 않았지만
떠오르는 한 편의 영화가 몸을 무겁게 만든다
밖에는 비가 구슬피 내려오는데
혹시 어깨가 젖어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끝없이 마음을 훔쳐 간 당신이
다시금 부족한 것들을 찾으러 오지는 않을까
결단코 문단속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마음을 두드리는 것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문득 창문 밖 고양이 우는 소리에도
들어올지 말지 고민하며 기다리다
자기 신세처럼 가여워 망설이는 것은 아닐까
방랑자는 불을 끄고 켜기를 밤새 반복하면서도
조금도 지칠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