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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22. 2022

해바라기

쉰아홉 번째 시

그대는 이별의 칼날로 나를 베었습니다

함께 했던 추억들이 핏방울처럼 땅 위로 번져가고

어리석은 나는 그 추억들이 떠나지 않도록

쓰러져가면서도 베어진 온몸으로 인연을 끌어안았습니다

그럼에도 추억의 선혈들은 흐르는 눈물에 희석되고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지나 그 흔적에서 싹을 틔웠습니다

자라난 싹은 그대가 좋아했던 보라색 빛으로 꽃을 피웠고

꽃은 다시 슬퍼지는 것이 무서워 씨앗을 삼켜버렸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태양이 따뜻하게 꽃을 안아주었지만

어리석은 꽃은 그대 떠난 자리만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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