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아홉 번째 시
그대는 이별의 칼날로 나를 베었습니다
함께 했던 추억들이 핏방울처럼 땅 위로 번져가고
어리석은 나는 그 추억들이 떠나지 않도록
쓰러져가면서도 베어진 온몸으로 인연을 끌어안았습니다
그럼에도 추억의 선혈들은 흐르는 눈물에 희석되고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지나 그 흔적에서 싹을 틔웠습니다
자라난 싹은 그대가 좋아했던 보라색 빛으로 꽃을 피웠고
꽃은 다시 슬퍼지는 것이 무서워 씨앗을 삼켜버렸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태양이 따뜻하게 꽃을 안아주었지만
어리석은 꽃은 그대 떠난 자리만 바라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