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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22. 2022

우리의 성으로

예순 번째 시

인연의 끝에서 눈보라가 몰아친다

아무리 모닥불 안으로 장작을 넣어봤자

불씨는 조금도 커지지 않고 오해만 퍼져나갈 것이다

그때 우리는 영원할 것처럼 사랑했었고

동시에 언젠가 헤어질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너를 위해 항상 창문을 열고 별을 담으려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꿈에서 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제 이 밤이 지나면 힘겹게 쌓았던 우리의 성도

모든 것들이 향기만 남기고 사라지듯 너와의 관계도

더 이상 어둠 속에서 불을 켜지 않는 또 하나의 기다림으로

곤히 잠든 네가 눈이 부셔 깨지 않도록 모든 햇살을 가두고

허무한 바람으로 이 밤을 지킨다

결코 내일이 쉽게 오지 않기를

결코 우리의 성으로 아침이 떠오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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