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한 번째 시
꽃 한 송이가 핀다
때때로 쉽게 피었다 쉽게 지고
죽은 자리에 또 다른 꽃이 핀다
꽃 위로 바람이 멎는다
발길도 멎고 느리게 걷는 시간도 함께 멎는다
익숙한 나비는 꽃의 향기를 잊을 뿐
기억 속에서 오롯이 만개하고 있다
꽃 역시 나비를 잊었다
마치 자기 꽃잎 하나처럼 나비를 당연히 여겼다
멀리서 바라보는 바람과 절벽들이
그들이 아름다워 시를 노래하지만
듣기 지루해서 향기를 느낄 수 없었다
누구나 꽃이 핀다
늘 같은 곳에 향기 잃은 꽃이 피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