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두 번째 시
추락하는 태양을 감싸는 붉은 노을처럼
사람도 무엇인가 지키기 위해 산다
낙엽 바스러지는 소리에 문을 걸어 잠그는 사람은
작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쉽게 부서지고
튀어나온 말이 흉터로 남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는 사람은
다가오는 발소리에도 수풀 속으로 튀어 든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은 안다
또다시 같은 일을 겪는 것보다
누군가 나와 같은 것을
나로부터 받는다는 것을
괴로워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언젠가 그 괴로움을 떠안으려는 누군가를 위해
결국 그 누군가에게 다 비워내야
비로소 누군가의 괴로움도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을
떨어지는 빗속에서 젖지 않는 사람이 없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