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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22. 2022

환상

예순세 번째 시

분명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달빛조차 쳐다볼 수 없는 무거운 밤

주위에는 흔한 발자국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6차선 도로 양 옆에 난 길을 하염없이 걸으면서

자동차 한 대 조차 이 길 위로 스쳐가지 않았다

모텔, 찜질방, 안마방, 교회, 편의점

곰팡이처럼 피어난 네온사인들이 유혹의 손길을 뻗고

듬성듬성 줄지어 세운 가로수들은 그를 외면했다

혹여 집으로 돌아온 그대가 버선발로 뛰어 들어올까

사내는 멈칫멈칫 자꾸 뒤를 돌아본다

어느 곳에서 와서 어떤 곳으로 가야 하기에

이 낯선 땅 위로 꿈처럼 서있을까

침묵으로 일관된 배경들은 하나같이 무거웠지만

사내는 헬륨 풍선처럼 자꾸 꿈 위로 떠다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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