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네 번째 시
눈을 뜨고 커튼을 열었을 때
싱그러운 햇살 대신 달빛이 지독하게 피어있을지 몰라요
걷다가 지쳐 길거리에 쓰러진 당신 위로
따뜻한 손길 대신 차가운 비가 내릴지 몰라요
당신이 불을 끄고 눈물로 베개를 적셔도
신은 당신에게 손수건 한 장
그리고 따뜻한 품 대신 무정하게 고독을 줄지 몰라요
하지만 당신에게 햇살과 손길, 그리고 손수건
그리고 따뜻한 품이 되고 싶은 또 다른 하루가 있음을
아름답게 미소 지으며 인사 나눴던 당신이
잠깐이나마 찡그리면 지옥에 사는 듯 나 괴로워질까 봐
죽음을 삼키는 심정으로 먼 하루를 빙 돌아 그대에게 돌아가요
당신이 가질 고독과 슬픔이 모두 나를 마주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