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여섯 번째 시
수많은 나뭇잎들이 바람에게 휘둘리며
비명 한 줌도 내지 못한 채 쓰러져야 했다
볼펜에 침을 발라가며 쓴 두 번째 연애편지는
사실 고양이 손톱처럼 내 욕망을 감추며
지금껏 쓰고, 읽고, 부르고, 베끼지 않았는가
멀리 동쪽으로부터 낚아 올린 해는 아름다울지라도
결코 어제 피 흘리며 쓰러져간 그 해는 아니었다
어렵다고, 도대체 왜 읽어야 하냐며
결국 종이비행기 신세 따위로 전락해버리는
아- 매연에 찌든 우리의 나뭇잎들이여
멍이 들고 피를 흘리면서 나무를 지키다 쓰러진 낙엽들을
우리는 기억할 수 없어도 느껴야 한다
아무도 모르게 뿌리부터 썩어 문드러질지라도
우리의 줄기를 지켜야 한다
강가로, 덤불 속으로, 콘크리트와 소각장으로
떨어져 구겨진 시를 하나씩 펼쳐서 구슬피 읽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