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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29. 2022

풀빵

일흔네 번째 시

눈물이 진눈깨비로 흩날리는 날

어린 새끼가 어미 뱃속 같은 이불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어느새 낡은 구두 밑창이 땅에 닳는 소리가 나고

아이는 자리를 벅차고 소리를 지르며 문으로 향했다

늘 품이 크고 따뜻했던 당신

당신의 세월과 함께 늙은 작업복 속에서

밀 굽는 냄새가 나의 웃음을 간질였다

조개만 한 손으로 빵을 쥐고

호호 불며 먹는 당신의 어린 당신에게

당신은 세상에 얼큰히 취한 붉고 따가운 볼로

당신의 어린 새끼의 볼을 마구 비볐다

풀빵 굽듯 지나갔던 시간 뒤에

나 역시 세상에 얼큰히 취해 고독한 내 공간으로 돌아갈 즈음

당신 품에서 꺼낸 그 밀 굽는 냄새가 간혹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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