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번째 시
길
아무도 관심 없는 그 길
이름 모르는 풀벌레들이 노래를 하고
낯선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춰서 눈물을 흘리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들의 관심을 끊고
알맹이 없는 등껍질을 보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
나 같은 사람들이 수없이 걷고 걸어서
다시 나 같은 사람들이 수없이 울음을 삼키면서
그리고 다시 나 같은 사람들이 수없이 미련을 떨어트리면서
그것이 닳고 닳아서 흙이 되고 바람이 된 길
아름다운 것들이 이 땅 위로 내리더라도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오로지 나의 시간들만 변했고
이정표 없는 황량한 목적지만이 덩그러니 남는
길
누구나 걷는 그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