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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l 01. 2022

시인의 길

아흔여덟 번째 시

어수룩한 밤하늘이 바다와 손을 마주 잡고

바람은 갈대를 쓰다듬으며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길거리에 듬성듬성 세워진 볼품없는 나무들은

길바닥에 쓰러진 작은 풀벌레의 무덤을 만들고

가로등 하나에 수많은 벌레들이 모여 춤을 추자

나 역시 희미한 불빛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버린 모든 것

그리고 지금 느끼는 모든 것

하지만 아직 느낄 수 없는 모든 것

이 모든 것에 영혼이 피어있다


묵묵히 고된 길을 걷는 시인의 이름으로

까막까막 스쳐가고 지나간 것들을 사랑해야지

세상에 피어있는 모든 영혼들에게

너는 결코 보잘것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그저 잊히고 잃어버릴 만한 것이 절대 아니라고

낡은 종이 위에 어설프게라도 소리를 질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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