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한 번째
촌스러운 코트와 농구 가방을 들고
동서울 터미널에 내렸을 때
이곳은 가난풍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요즘 해외 유학 한 번 안 다녀오면 왕따 당해요
성형수술 안 해줄 거면 도대체 왜 낳았어
필리핀은 조금 그렇고 캐나다 정도는 보내야지
돈도 없으면서 무책임하게 애는 왜 낳아
요즘에 외제차 정도는 끌고 다녀야 여자 친구 생겨요
나는 거래처 좀 만나고 퇴근할 테니까 내일 아침까지 마무리해줘
저는 워크숍 불참할게요 그날 친구랑 여행 약속이 있거든요
저기요 우리 집 강아지는 안 물거든요 인정도 없으시네요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문제야 아 거긴 중소기업이잖아
한 번만 더 열받게 하면 정말 한대 치고 그만둔다
아 게임 쥰내 못하네 느그 엄마
너한테만 이야기하는 건데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 맙소사 걔가
세상은 참 불합리해 다른 애들은 부모덕 본다는데
외모보단 마음을 보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아 걔는 못생겼잖아
살면서 남들에게 피해 좀 주고 살면 어때
아 알바생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잘리고 싶어
예수님 안 믿으면 지옥 갑니다 곧 그날이 옵니다
임대 아파트 사는 애들이랑 놀지마 질 나빠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 어른한테 양보 좀 해야지
이게 다 야당 때문입니다 아니 여당은 지금까지 뭘 했습니까
잘은 모르겠고 저희 직원의 불찰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고객님 주식 종목 추천해드릴까 하는데 주식 안 하는데요 뚜뚜
당신 뭔데 우리 애한테 훈계질이야
빵빵 아 비키라고
아 어쩌라고
띠껍네
간밤에 지나간 태풍에
지붕이 가라앉았어도
별은 가라앉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