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까막까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만복 Jul 05. 2022

가난

백열한 번째

촌스러운 코트와 농구 가방을 들고

동서울 터미널에 내렸을 때

이곳은 가난풍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요즘 해외 유학 한 번 안 다녀오면 왕따 당해요

성형수술 안 해줄 거면 도대체 왜 낳았어

필리핀은 조금 그렇고 캐나다 정도는 보내야지

돈도 없으면서 무책임하게 애는 왜 낳아

요즘에 외제차 정도는 끌고 다녀야 여자 친구 생겨요

나는 거래처 좀 만나고 퇴근할 테니까 내일 아침까지 마무리해줘

저는 워크숍 불참할게요 그날 친구랑 여행 약속이 있거든요

저기요 우리 집 강아지는 안 물거든요 인정도 없으시네요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문제야 아 거긴 중소기업이잖아

한 번만 더 열받게 하면 정말 한대 치고 그만둔다

아 게임 쥰내 못하네 느그 엄마

너한테만 이야기하는 건데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 맙소사 걔가

세상은 참 불합리해 다른 애들은 부모덕 본다는데

외모보단 마음을 보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아 걔는 못생겼잖아

살면서 남들에게 피해 좀 주고 살면 어때

아 알바생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잘리고 싶어

예수님 안 믿으면 지옥 갑니다 곧 그날이 옵니다

임대 아파트 사는 애들이랑 놀지마 질 나빠

요즘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 어른한테 양보 좀 해야지

이게 다 야당 때문입니다 아니 여당은 지금까지 뭘 했습니까

잘은 모르겠고 저희 직원의 불찰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고객님 주식 종목 추천해드릴까 하는데 주식 안 하는데요 뚜뚜

당신 뭔데 우리 애한테 훈계질이야

빵빵 아 비키라고

아 어쩌라고

띠껍네


간밤에 지나간 태풍에

지붕이 가라앉았어도

별은 가라앉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무와 갈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