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 번째 시
아들아
나무는 필요 없는 가지를 잘라야 더 크게 자란단다
많은 가지를 안고 살수록 크게 자랄 수 없고
태풍이 불 때는 오히려 가지들 때문에
밑동이 뽑힐 수도 있단다
아들아
갈대는 갈대들끼리 모여 산단다
네가 나중에 외로이 길을 걸을 때 알 거란다
숨을 고르려 주위를 둘러보면
그때야 넓게 펼쳐진 갈대들이 보일 거란다
갈대는 자를 것 하나 없이 모여 산단다
나무보다 가볍지만 그 안에서 거미가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작은 벌레 식구들이 잠을 잔단다
아무리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반갑다 손짓하면서
또 잘 가라고 손짓하면서 갈대는 그렇게 산단다
아들아
나는 나무가 되고 싶었다
자랄수록 고목이 되어가고
몇십 년 몇 백 년 흐르고 나서
모두의 쉼터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갈대처럼 살 걸 그랬다
누구라도 미워하지 않는 갈대처럼
누구라도 업신여기지 않는 갈대처럼
그저 모두를 껴안고 사는 보금자리처럼
갈대처럼 살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