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무 번째 시
그대여 미안하오
그대를 만났던 그날처럼
얄궂은 운명이 한 치 앞에 내리었소
못난 날 너무 서운해 마시오
이 못난 인생 마치는 날
그날까지 오로지 그대만 사랑했소
그립다 만남을 재촉하지 마시오
그대 오실 빈자리 위에
못다 한 인연을 매일 밤 수놓겠소
설령 끝일까 두려워 마시오
그대 찾아오시기 편하도록
온 하늘에 은하수로 길을 내어두겠소
혹여 잊으실까 걱정일랑 마시오
세상 모든 바다 곳곳에
이미 그대 생각으로 넘쳐흐르고 있소
긴긴밤 외로움에 그대 잠 못 드실 때
달 하나가 없으면 별 하나로
자장가가 없으면 파도 소리로
매일 밤 그대 곁에 걸어두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