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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l 09. 2022

과연 '인종주의는 본성인가'

알리 라탄시,『인종주의는 본성인가』

'우리'와 '인종'사이의 경계 


인종이란 단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정말 인종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할까. 몇 세기 동안 인종 문제는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이 단어는 지금까지 수많은 갈등과 분쟁을 발생시켰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인종 문제로 폭력과 차별이 일어나고 있고, 세기가 거듭될수록 이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인종차별이 왜 일어나는지, 도대체 인종이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왔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나는 인종주의가 '우리'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라는 단어 자체는 아름다운 말이지만, 나는 이 단어 속에 '담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담장 안의 우리와 담장 밖의 타인. '담장 안' 사람들은 서로 단합되고 조화롭게 어울리지만, '담장 밖'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적대적이고 무관심하다. 또한, 담장 내부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에도 크게 동요하거나 민감해하지만, 담장 외부에서 일어난 큰 사건에 대해서는 정작 무관심하다. 오히려 담장 밖에서 일어나는 폭력적이고 잔혹한 일은 담장 안 사람들에게 한낱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무관심도 폭력이고 차별이라는 논리에 따르자면, 우리라는 단어는 인종주의와 너무나 닮아있다.


사실 인종주의는 이 '담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설치된 하나의 수단이다. '우리'라는 틀에서 규칙과 서열을 정하며 살아가던 구성원들에게는, 지구라는 유한한 장소 안에서 우리와 다른 '타인'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것은 유한한 자원에 대한 욕심과 고갈에 대한 위기감, 또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타인의 공격으로부터 받을 피해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본래 인간의 본성은 인종을 구분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물질문명 속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 집단과 타인 집단을 구분하기 위한 장치로 '인종'이라는 단어를 내세웠던 것이다. 이러한 선들이 처음에는 세분화되었다가 점차 단순해져 지금의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 등으로 나뉘게 된 것이다. 


@Photo By Alexas_Fotos, Pixabay


원주민 학살, 아우슈비츠 사건 등 잔혹한 사건들이 왜 일어났을까. 앞서 말한 위기감과 두려움 때문이다. 유태인 학살을 자행한 당시 나치는 "우리는 본래 우월한 인종이고 낯선 이방인들은 열악한 인종이다. 그들은 우리가 가진 것들을 탈취하고 결합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그들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또, 우리의 순수 혈통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한다."라는 아리아 인종론을 제창하며 국민들에게 위기감과 두려움을 조성했다. 어떻게 이 말 같지도 않은 말이 사람들을 설득시켰을까. 인간의 생존권과 윤리를 모두 무시하고, 당시 독일 국민들을 전쟁터에 내보내기 위한 선동에 지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우습게도 이런 터무니없는 논리는 실행으로 옮겨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수많은 피로 물들였다.


오늘날 사람들은 인종차별에 대해 비인간적이고 비정상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인종'이라는 단어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제2의 아우슈비츠는 물론, LA폭동이나 털사 학살, 샤프빌 학살 같은 문제들을 끊임없이 만들 것이다. 과연 인종주의는 본성인가. 그렇지 않다. 다만 오래된 관습과 두려움이 여전히 남아 우리의 이성을 잡아먹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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