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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l 15. 2022

논리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하여

레이먼드 스멀리언,『퍼즐과 함께하는 즐거운 논리』

가짜 지식인이 논리에게 저지른 끔찍한 만행


나는 논리가 어려웠다. 단순히 어려운 것이 아니라 '논리'라는 단어, 그 자체에 거리감이 있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은 학벌 좋은 지식인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을 것 같아 타인과의 무게 있는 대화를 피한 적도 있었다. 어째서 논리를 그렇게 어려워했을까. 그것은 바로 논리가 일반인이 배우기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논리를 지식으로 착각한 것이다. 지식이란 누적된 학습이 근간이지만, 논리란 만물과 만물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관계다. 말 그대로 지식은 많이 배운 사람들의 이야기보따리 같은 것이지만, 논리란 학벌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마시고 있는 산소 같은 것이다. 실제로 가족이나 친구사이의 간단한 대화나 SNS, 블로그에 적는 짧은 글까지 모든 곳에 논리가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논리에 대해 어렵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논리의 문턱이 왜 이렇게 높아졌을까. 나는 이것을 '가짜' 지식인의 사다리 걷어차기식 대화법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문계열, 이공계열 관계없이 해당 학문에서 권위 있는 학자들은 '가장'이나 '무조건'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이 연구했던 이론이나 기록을 뛰어넘는 것들이 언제든지 발명되거나 발견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 뿐만 아니다. 생각의 그릇이 넓은 사람들은 생각이 유연하며 타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가짜 지식인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자신의 주장과 상반되는 이론에 대해 부연설명 없이 '논리적이지 않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상대방의 지위를 낮춰 주장을 철회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 자신의 권위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비슷한 불편한 경험을 직접적, 간접적으로 체험한 사람들은 논리에 대해 '허들'로 느끼는 것이다.


@ Photo By Kabaldesch0, Pixabay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논리를 배워야 한다. 논리는 그 전문성을 떠나 우리의 삶 전반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설득과 타협 속에서 그 방향성을 결정하며,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부흥 또는 멸망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따라서 다양한 주장들이 나올수록 우리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우리의 주장을 폄하하는 가짜 지식인의 만행 앞에서도 공동의 생존을 위해 소신 있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주장에 힘을 보태기 위해 논리를 배워야 한다.


세상은 수많은 모순들을 빚어내고 있다. 모순의 세계 속에서 우리 역시 모순을 만들어가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모순은 수많은 오해와 편견들을 만들고, 더 나아가 범지구적 문제로 확산시키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이것을 방관하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베수비오 화산처럼 결국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모순을 정리하고 풀어나갈 방향에 대해 함께 모색해야 한다. 논리는 바로 그러한 모순을 정리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퍼즐과 함께하는 즐거운 논리>는 논리와 친해지기 위한 첫걸음이다. 본래 기초 논리학을 쉽게 익히도록 도움을 주지만, 퍼즐 구성으로 되어 있어 평소 논리학에 관심이 없거나 논리를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읽기에 좋은 책이다. 만약 당신이 논리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논리를 배우고 싶다면 그 첫 번째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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