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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l 15. 2022

청춘이란 무엇인가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바다를 건너는 용기 있는 사람들


세상의 그 어떤 것들 중 살아있는 것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까. 아무리 부유하고 명예로워도 살아있지 않으면 잊히기 따름이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정신이 살아있는 것을 청춘이라 부른다. 청춘은 우리의 정신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어쩌면 꿈도, 열정도 청춘에서 비롯된 것 같다. 청춘은 우리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 설레게 한다. 그래서 청춘이 없는 사람은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처럼 권태롭고 무기력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 건강에 소홀하듯이 청춘 또한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 청춘은 젊은 사람들의 특권이지만 학업, 취업 등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많은 것을 인스턴트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듯 대충 빠르게 완성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도 특별하거나 정성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히 알면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와주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정작 이 과정에서 나다운 것들이 사라진다. 본래 가치를 매길 수 없는 특별한 존재였지만, 노하우의 유혹에 빠져 스스로를 가둬버린다. 스스로 결정하며 헤쳐나가야 하는 모든 것들을 일관화된 방법대로 해결하려 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청춘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등장하는 크리스토프는 다르다. 크리스토프. 그는 등에 아이를 업고 바다를 건너려고 했다. 거센 파도가 그를 집어삼키려고 혀를 날름거려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 뿐이었다. 단지 그곳을 지나갈 수 있다는 확신으로, 놀랍게도 그 넓은 바다를 건너갔다. 자신을 믿지 않거나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 Photo By Jplenio, Pixabay


청춘은 바다와 같다. 사람들은 부서지는 파도와 반짝이는 물결들을 동경한다. 하지만 사실 바다는 작고 큰 파도가 끊임없이 몰아치는 치열한 곳이다. 때로는 겁먹을 만큼 차갑고 깊은 위엄을 보여주기도 하고, 거대한 크기와 푸름에 경외심을 갖게 한다. 바다의 무서움을 아는 사람은 절대로 이곳을 혈혈단신으로 건너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를 업고 건너는 것은 물론, 누군가의 등에 업혀 건넌다는 것도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것이 우리 청춘의 현주소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지만 스스로를 믿을 수 없는 괴리 속에 살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윤이와 명서, 단이와 미루도 우리처럼 청춘의 괴리 속에 살고 있다. 각자 뼈아픈 추억을 안고 사는 그들 앞에 거대한 바다가 서있다. 과연 그들은 크리스토프처럼 바다를 해쳐나갈 수 있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등에 업혀서라도 결국 바다를 건널 수 있을까. 낡은 지하방에서 싸구려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나 또한, 과연 크리스토프처럼 바다를 건널 수 있을까. 아니면 크리스토프를 믿고 순순히 그의 등에 업힌 아이만큼의 용기라도 아직 남아있을까.


마치 책임처럼 청춘에는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청춘은 우리가 살아있게 만드는 힘이다. 용기가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라도 청춘으로 살 수 있다. 땅에 떨어뜨려도 언제든지 다시 주울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언제든지 크리스토프처럼 될 수 있고, 그것이 어렵다면 누군가의 등에 업히기라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어이 바다를 건널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믿고, 그것이 어렵다면 주변을 믿고, 그리고 이 바다가 생각보다 깊지 않다고 용기를 갖는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곳을 건널 수 있다. 청. 춘. 이. 란. 힘. 으.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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